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점가에 가격 안정화를 위한 각가지 비법이 속출하면서 웃지 못 할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나친 할인율을 자제하고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점주들간에 다양한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격 안정화 초기에는 전문점주간 불신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상권의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몇몇의 전문점주가 모여 대리점을 통해 할인 매장에 제재를 가하는 방법. 또 하나의 방법은 전문점주간 대화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가격 질서를 잡는 것이다. 이 중에서 대리점을 통해 할인 매장에 간접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방법은 국내 대형 상권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할인 매장을 찾아내는 것. 전문점들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자체적으로 타 매장의 가격 조사를 실시해 할인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혹시 뒤에 발뺌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제는 꼭 신용카드로 해서 영수증처럼 보관한다. 신용카드 영수증을 증거물로 대리점에 제품 공급 중단을 요구, 대리점이 거부할 경우 수금을 늦추는 식으로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리점이 야밤이나 새벽에 할인 매장에 몰래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도 생겨 전문점주들이 모여서 망원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한 일도 벌어졌다. 이런 일을 겪은 한 점주는 “눈치 채지 못하게 택시에 몸을 숨겨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전문점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전화를 이용하는 것은 다반사다. 인근 전문점간 불신을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소비자들의 입 때문. ‘저 매장에서는 얼마를 깎아주던데…’식의 소비자들의 말로 인해 인근 매장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전화다. 서울 중랑구의 한 상권에서는 전화로 가격을 안정화시킨 대표적인 곳이다. 처음 상권의 가격 질서 안정화를 시도할 때 어려운 것이 전문점간에 신뢰를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매장은 정가를 받는데 건너편에서는 할인을 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불신의 씨앗인 셈이다. 이 상권의 경우 의심이 들 때마다 직접 전화로 확인하기로 합의해 손님이 많을 때는 하루 종일 수화기를 내릴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 점주는 전했다. 충북 청주의 한 지역 상권에서는 가격 안정화를 약속하면서 전문점끼리 경쟁 매장을 떠 보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했다. 아르바이트를 구해 경쟁 매장에 가서 제품을 할인해달라고 졸라 얼마까지 깎아주는지 서로 알아봤던 것이다. 유통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우스개로 넘기면서도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랑구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전문점 시장이 좋지 않을 상황에서 가격 할인 경쟁까지 하다보면 실제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상권의 가격 질서가 잡히면 우선 매장 운영이 쉬워지며 전문점간의 신뢰도 돈독해진다”고 말했다. 최철용 기자 a4g@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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