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인들의 구심점인 한국네일협회 이미선 신임회장은 포부가 많다. 경선없이 회장에 올랐지만 준비된 회장이라고 서슴없이 밝힌다. 이 회장의 네일 경력은 한국 네일의 역사와 함께 한다. 10여 년 전 처음 네일 분야가 국내에 소개됐을 때 이 회장은 토종 네일인으로서 학원을 열고 숍을 운영하며 또 한국네일협회 집행부의 한 사람으로 지금까지 네일의 영토를 넓혀 왔다. “지금까지 해 온 일보다 할 일이 더 많죠. 우선 공중위생법 개정과 관련해서 국가 자격증 제도를 반드시 이뤄야죠.” 미용계 이슈가 되고 있는 자격증 분리 과정에서 네일도 분리 대상이었으나 막판에 보류되자 아쉬움이 큰 모양이다. “그리고 열린 협회, 힘 있는 협회로 만들겠습니다. 네일 살롱이 많아지다 보니 몇 개인지 파악도 어렵고 무엇보다 가격이 멋대로 입니다.” 그래서 문호를 개방하고 회원제로 협회를 운영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어떻게든 제도 틀 안으로 네일인들을 끌어 모아야 협회가 힘이 생기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으로서의 네일의 성장세는 필기시험을 치는 학생의 수를 보면 안다. 최근 시험에는 보통 한번에 1500여명 이상 응시, 초기의 3~4배에 달한다. 이들은 3급 자격증, 2급 자격증, 인증 강사, 기술 강사 등을 거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네일인으로 길러진다. 10개월 정도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기술좋은 네일 아티스트도 자신의 오른손 손톱은 제대로 가꾸기 어렵다. 자기 스스로 왼손으로 오른손 손톱을 칠하고 작업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일반인들이야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네일도 먹고 살지요.” 이 회장이 호호 웃는다.
이 회장이 네일을 처음 접한 것은 남편 출장 따라 일본에 갔던 1988년 무렵. 일본인들의 네일 작업을 신기하게 지켜봤고 미술을 전공한 남편은 오히려 이 회장에게 네일을 배울 것을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일본과 미국을 자주 오가며 그들의 기술을 배우는 한편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국 IMF 직전에 이화여대 앞에 학원을 내게 된다. 그리고 같은 건물 화장품 전문점에 테이블 하나 놓고 네일 아트를 선보이게 된다. 사실상 네일 숍인숍이 처음 탄생한 것. “정말 열심히 했어요. 운도 따르고 특히 IMF가 되레 약이 됐죠.” 열심히 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뇐다. 끝에 가서야 “경영도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들려준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강사 관리를 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곳보다 후한 처우를 해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준 것이 학원 수강생을 많이 모으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한다. 이 회장은 지금 건실한 학원을 4곳이나 운영해 질과 양 모두 가장 성공한 네일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살롱 중심으로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일본은 테크닉이 뛰어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많이 타고 있죠. 한국도 손재주가 좋아 기술에 있어서는 일본을 곧 따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젠 한국적인 것을 찾고 또 창조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 네일인들의 숙제라고 말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손톱 긴 여자 보면 왜 이상하게 생각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매니큐어나 페디큐어를 하지 않은 맨손톱 맨발톱을 보면 이상할 정도죠. 마치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게으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죠.” 얼마 전만 해도 이 회장의 친정아버지가 한동안 이 회장의 긴 손톱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함께 식사하며 식탁위로 넘나드는 딸의 긴 손톱이 영 못마땅했다는 것. 그러나 이젠 백화점에라도 가면 점원들이 어디서 네일 한 것이냐는 물음을 받을 정도다.
“여자는 손부터 늙어요. 네일 아트로 손에 젊음을 주세요.” 이 회장은 회장으로서가 아닌 네일 아티스트의 한 사람으로 네일 사랑을 권한다. (503호 11면)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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