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눈썹에 칼을 대요. 누구 망하는 꼴 보고 싶어요?” 벌써 전문점을 몇 곳이나 돌았나. 어딜 가도 문전박대다. 광주 금남로 후미진 골목의 한 전문점. 안됐다는 듯 쳐다보던 점주가 눈썹 수정 칼 두 타스를 마지못해 주문했다. 그나마 손님이 왔다는 핑계로 몇 번이나 돌려보낸 미안함 때문이었다. 다마스를 끌고 서울로 올라오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성공 신화는 늘 아릿한 후일담이 있게 마련, 하나월드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화장소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하나월드의 조성환 대표는 십년도 훨씬 넘은 추억을 파노라마처럼 들려준다. 서울에 올라 온 조 대표는 ‘망하기 좋은’ 승부수를 던졌다. 강남역과 명동을 나가 설문조사에 나섰다. “눈썹 수정 칼을 본 적이 있느냐… 써 본 적이 있느냐” 등을 적게 하고 칼을 주었다. 서서히 주문이 들어왔다. ‘이젠 배짱이다. 선입금 아니면 안 된다.’ 이렇게 팔았다. 한달 몇 억씩. 보너스로 직원 10명을 몽땅 해외여행을 보냈다. 주변에서 말리는 일을 조 대표는 또 저질렀다. 막 남성화장품 블루오션을 출시했다. 이젠 화장품 시장까지 넘보는 것인가. “그냥 사업 영역 확대로 봐 주세요.” 제품 이름에 맞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 의미라고 말한다. “모두들 만류했어요. 화장품 시장이 지금 최악인데 때가 나쁘지 않느냐는 것이었죠.” 그러나 조 대표가 성공을 확신하는 근거는 유통에 있다. 40여 개 대리점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대리점에서도 남성 화장품 정도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며 조 대표에 힘을 실어준다. 하나월드는 이미 로지컬 플러스라는 원액 화장품을 소리 없이 내놓았고 샐리한센이라는 고급 네일케어 브랜드도 런칭해 시장 탐색은 마친 상태. 조 대표의 꿈은 사실 유통 전문회사이다. 1천5백여 종에 이르는 화장소품과 특화된 화장품 그리고 장차 생활용품까지 한꺼번에 다뤄 여성 용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원대한 밑그림의 시작이 바로 재작년 이천에 지은 물류센터이다. 이 곳을 통해 대리점과 연결, 전국 유통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소품도 앞으로 1만여 종을 다룰 계획이다. 회사 사무실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소품들. 에어컨 바람에도 흔들릴 만큼 가볍다. 개당 500원짜리에서 몇 천원 정도. 그러나 저 소품들이 하나월드에 연간 100억원을 안겨준다. “우리 회사는 빚이 하나도 없어요. 어음도 없습니다. 조금 벌어 조금 쓰자는 것이죠.” 직원은 불과 20여 명. 단독 사옥을 가진 알짜 회사다. 대리점에서 제품 개발 좀 그만하라 할 정도로 팔리는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 대리점 사장들이 바로 “쪽박 깰 일 있느냐”며 눈썹 칼을 거절했던 사람들이다. 눈썹 칼 ‘하나’로 화장소품 ‘월드’를 이룩한 조 대표. 아직 할 일 많은 41세다. (453호 3면)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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