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3년이 저에겐 약이 됐어요. 만약 경기가 좋았다면 딴 마음먹고 욕심낼 뻔 했죠.” 여드름 전문 화장품 아크네쁘리로 유명한 바이오리의 이범로 사장. 저비용으로 버틴 지난 3년을 “참 열심히 일했구나”라는 말로 정리했다.
내친 김에 이번엔 아크니크를 내놓았다. 10대를 위한 역시 여드름 화장품이다. “우린 살리실산을 안 씁니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일할 겁니다.” 바이오리는 소나무꽃가루추출물을 쓴다. “내복으로 치면 소나무꽃가루추출물 제품은 면 내복이고 살리실산 제품은 나일론 내복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이러한 자신감은 3년 전 아크네쁘리를 내놓아 성공한 것에 기인한다. “품질은 자신 있었어요. 며칠 써 보면 효과가 눈으로 보이는 데요.” 당시는 시장 진입이 쉬운 편이었다고 말한다.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크니크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워낙 마니아 층이 든든하다고 덧붙인다.
소나무꽃가루추출물이 이제 곧 해외 특허를 얻는다. 그러면 해외 시장에 본격 도전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채산성이 안 맞아 수출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다소 싸게 내놓은 아크니크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 승산이 있다는 설명.
이 사장의 꿈은 사실 의약에 있다. 천연물을 이용한 이름도 낯선 대사공학 분야다. 유전 공학의 한 분야로 수익 모델 확보가 관건이다. 내년 연구소 설립이 가능하다고 한다. “화장품은 더 이상 생각이 없어요. 다만 여드름 화장품의 대명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바이오리를 더욱 내실 있게 키워 나갈 겁니다.”
지난 3년 경영성적은 몇 점이나 될까. “경험 부족으로 몇 차례 시행착오도 있었고 리콜도 있었고… A는 안 되고 B플러스는 될 것 같습니다.”대리점을 19곳이나 구축하고 정도 경영을 고집해 유통 체제가 무너지지 않았으니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스스로 시장 적응력을 키운 것을 큰 소득으로 꼽았다. 이론만 갖고 시작했으나 점차 산 경험을 축적해 시장 순응력을 높였다는 것.
복구자 비필고(伏久者 飛必高). ‘오래 움츠린 새가 높이 난다’는 채근담의 말을 인용하는 이 사장. 아크네쁘리 임상 실험을 했던 딸이 어여쁜 여대생으로 컸듯이 3년간의 움츠림은 끝났다. 송화가루 날리는 춘삼월이 다가온다. (432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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