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금을 못내 중3 때 제적당한 소녀의 꿈은 2000년 이렇게 화려하게 꽃피우며 한국 미용사의 한 획을 그었다. “당시 호암아트홀을 찾아 헤어쇼를 열어보고 싶다고 했죠. 직원이 쳐다도 안보더라고요.” 이름 석자면 안 통하는 곳이 없던 송부자는 앞이 캄캄하고 ‘이것이 미용 위상의 현주소구나’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기가 솟아 1년 동안 노력을 기울인 끝에 기어이 행사를 치렀다.
송 씨는 대기만성형에 가깝다. 70년대 후반 수많은 패션쇼 모델들의 머리를 봐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송 씨는 당시의 모델들이 스승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이름을 날리자 연예인들이 줄을 섰다. 당시 톱스타치고 송 씨의 ‘가위손’에 신세 안 진 사람 없다고 한다. 당시 여기저기서 프랜차이즈 유혹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송 씨는 꿈이 있었다. 자신만의 헤어쇼를 하고 싶었던 것. 89년 ‘송부자 미용 30년 헤어쇼’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유료로 열어 주변의 우려를 씻어내며 대성공을 일구어냈다. 본격적인 ‘미용계 대모’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동안 송 씨가 키워낸 제자가 수 천명. 이들이 모여 해마다 스승의 뜻을 받들어 작품 발표회를 연다. 이름하여 난미회(蘭美會). 올해는 이 자리에서 한 가지 선언을 했다.
앞으로 난미회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송부자 아카데미 코스 수료자들에게만 회원 자격을 국한해오던 관행을 깨고 과감히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송 씨는 “나 또는 우리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고 싶었어요. 미용계 화합과 발전에 다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代母라는 표현에 늙었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 요즘 미용계가 답답한 듯 쓴소리 한 마디를 잊지 않는다. 지금처럼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여서는 미용계 발전은 요원하다는 것. 문화부로 옮겨야 위상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 다음에 예술을 논하자고 한다. 우선 체제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뜻이다.
59번째 생일, 자택서 가진 인터뷰는 송 씨 손녀 재롱으로 웃음꽃이 피었다. (365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