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판매의 기본은 소비자의 신뢰입니다.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전화로 주문한다는 것은 품질과 기업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하죠.” 신뢰를 먼저 강조하는 김 대표는 책상 위의 어항에 잠시 시선을 주더니 말을 잇는다. “고객 특히 젊은 여성층은 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넘쳐나는 정보는 기업의 일방적인 홍보가 한계에 왔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김 대표는 우선 통판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깨야 했다. 톱 탤런트 김희선을 모델로 내세우고 대대적인 샘플링 행사를 치렀다. 그리고 인터넷 인프라가 강한 국내 현실에 맞춰 인터넷을 강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30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이 이를 증명하고 30%가 넘는 재구매율이 김 대표에게 자신감을 준다. 매출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6개월의 성과치고는 만족합니다. 회원수의 증가율과 그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매출과 연결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통판에서 고객관리는 특히 중요하다. 더구나 전화로 제품을 사고 상담하는 내용은 바로 회사의 중요한 데이터로서 앞으로 제품 구성과 마케팅 전략의 밑거름이 된다. 매일 수만명과 일대일 상담을 하는 것은 일반 제조업체가 엄두도 낼 수 없는 훌륭한 무기이다. 일부 고객은 ‘왜 이런 제품이 이제 나왔느냐, 억울하다’ 라고 말한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인터넷을 통해 1차 제품 정보를 얻고 전화를 통해 2차 문의를 하며 구입한다.
여성을 상대하는 통판 사업은 여성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 일단 주문한 제품이 바로 배달되지 않으면 취소되기 일쑤다. 김 대표는 “일본은 며칠 걸려도 불만이 없지만 한국에서는 그랬다간 당장 취소입니다. 배달에 그렇게 힘쓰는 것도 신속배달을 실천하면서 바로 여성에게 변덕이 생길 짬을 안주기 위해서죠.” 다른 통판 사업을 1년 정도 했던 김 대표는 바로 이런 변덕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는다.
“우리는 화장품산업 후발 주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유통문화의 뉴프런티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합니다. 변화하는 고객과 시장에 맞춘 고급 통판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입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항을 가리킨다. 급할 때마다 어항의 블랙테트라를 보며 마음을 다스린다. 38세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347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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