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점가의 상도(商道)가 무너지고 있다. 시판 시장의 경쟁력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전문점가의 상윤리가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점가에 상도가 사라지고 자본에 의해 무법천지가 시작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현상이 극에 달해 상도를 지키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가격 경쟁력이 치열한 곳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업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들어 지나친 가격할인으로 전문점가의 눈총을 받고 있는 신림동 상권의 경우 상도 상실의 대표격. 주요 메이커 제품의 가격할인이 30%에 달하면서 전문점간의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째즈화장품과 하람유통의 감정적인 가격경쟁으로 인해 일부제품의 경우 70%까지 할인판매 하는 등 가격관리 때문에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신림 상권이 또다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상권 내 가격이 무너지면서 폐업하는 매장이 속출하고 있으며 째즈화장품도 내부 수리를 명목으로 점포정리를 단행하고 있는 중. 점포정리로 인해 가격할인이 더욱 심해지면서 상권 내 전문점끼리의 감정은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이곳에 신규로 전문점을 오픈한 한 전문점의 점주는 “신림동의 가격 할인이 심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주요 메이커의 제품은 판매하는 만큼 손해”라고 말해 가격할인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이 점주는 “지킬 것은 지키면서 공생할 수 있는 쪽으로 경쟁해야 할 텐데 어느 한쪽이 망할 때까지 싸우는 것은 결국은 함께 죽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신림 상권과 인접해 있는 봉천 상권의 경우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3개 매장이 신규로 오픈한 이곳의 경우에도 상권에 비해 매장이 과다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과거부터 전문점을 운영하던 구매장의 경우 경쟁에서 누락돼 점포정리를 오늘 내일하고 있는 분위기. 이곳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기존 매장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대형매장이 3개나 들어와 상권을 흔들고 있다”며 “신규 매장의 경우 매장규모가 클 뿐 아니라 가격할인율이 심해 도저히 싸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이미 포화상태인 이곳에 굳이 매장을 오픈해 기존 매장을 죽이는 당사자들의 상윤리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정적인 싸움은 물론 제품 판매에 있어서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속칭 ‘바닥선’이라고 불리는 공급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이 판매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진율이 낮다보니 전문점에서는 주요 메이커 제품의 판매를 기피하게 되고 거점영업 제품으로 마진을 채우게 되는 것. 이는 브랜드 인지도나 제품력 보다는 마진율에 의한 역매로 이어져 결국은 소비자 불신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이다. 신림동이나 봉천동 외에도 천호동이나 남대문, 명동, 구로공단 등 가격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상윤리가 문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역협의회가 운영되거나 면목동 동원시장 등의 재래시장은 상대적으로 상도를 지키면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전문가들은 기존 재래시장에 신규 대형 매장이 진출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갈수록 전문점이 대형화, 전문점,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가진 매장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하지만 단순하게 상권 환경을 무시한 채 가격할인으로 일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본적인 상윤리를 무시한 채 혼자 살겠다는 식의 경영은 전체 화장품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아주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수십년간 시판 유통에 몸 담아온 한 유통 전문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력이 있는 대형매장이 상권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상권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본적인 도리도 지키지 않으면서 규모 키우기에만 급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쪽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해당 매장은 물론 업계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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