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道가 무너졌다



화장품 유통가에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상도의(商道義)가 실종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판 시장이 침체를 겪으며 매출에 급급, 유통가에 최소한 지켜야 할 상도덕이 사라지고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만이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그 현상이 극에 달해 상도를 지키자는 자성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상식적 비신사적 행위는 최근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는 중심 상권내 브랜드숍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업계 발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브랜드숍 극한 경쟁=최근들어 지나친 가격할인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명동상권은 상도의가 실종된 대표 적인 곳. 브랜드숍의 가격할인이 40%에 달하며 가격 거품 논란과 함께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 이다.

더욱이 일부 브랜드숍간에는 감정 다툼으로 치달으며 해당 업체는 물론 화장품 업계 전체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다.

일부에서 40%를 할인에 맞서 무료판촉물 증정과 이벤트, 기획전 등을 쏟아내며, 진흙탕 싸움이 연출되고 있다.

이로인해 상권 내 점포끼리의 감정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명동 상권 내 가격할인 경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변상권으로 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랜드숍이 밀집한 대도시 중심상권은 명동 상권의 대리전을 방불케 할 만큼, 할인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브랜드숍 간의 무분별한 할인 경쟁이 인근 화장품전문점까지 불똥이 뛰면서, 시판 시장 전체적으로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명동을 찾은 한 브랜드숍 점주는 “명동의 가격할인이 심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이미지를 한 순간에 싸구려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킬 것은 지키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할 텐데,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싸우는 것은 결국 함께 공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할인경쟁 전국화 조짐=대구 동성로 상권의 경우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의 요충지로 알려진 대백백화점 앞은 마치 남대문 노점상을 연상케 할 만큼, 브랜드숍 판매사원의 호객 행위와 할인행사로 하루종일 시끄럽다.

이러다 보니, 인근의 화장품전문점들도 할인세일에 나서거나 판촉행사 문구를 붙이면서 할인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결국 할인경쟁은 감정적인 싸움을 부르고 제품 판매 및 서비스에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속칭 ‘바닥선’이라고 불리는 공급가에 근접하는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고 일부 점주는 본사에 공급가 인하 또는 다른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브랜드숍 업체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명동의 경우, 직영점 또는 간판상권이란 명목으로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다른 가맹점까지 지원 사격을 일일이 할 수 없다는 입장 때문이다.

이곳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기존 매장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고 있는데 신생브랜드가 들어오면 이같은 할인경쟁이 재현되면서, 상권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점주들의 자율조정이나 메이커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통전문가는 “자금력이 있는 메이커나 점포가 상권을 지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상권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본적인 도리도 지키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쪽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해당 매장은 물론 업계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toyouji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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