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여 개 고급 화장품 회사들과 다수의 백화점 및 대형 할인점들이 1억7500만달러어치의 화장품을 소비자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기로 소송에서 합의하는 희한한 일이 최근 미국에서 벌어졌다. 대중용 일반 화장품들과는 달리 고급 화장품들이 전 미국 어디서나 값이 똑같고 할인 및 세일도 없는 것은 경쟁적 시장 환경에서 사전 결탁과 공모가 있기 때문이란 집단소송에 걸린 이들 피고측은 혐의나 과실은 인정 않는 대신 원고 측과의 합의에 이르러 이 같은 일이 생겨났다. 이 소송은 1998년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 소재 최고 법원에 제기되어 진행해 왔으며 지난 1994년 5월 29일부터 올 6월 1일 사이에 각종 화장품들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승소한 셈이 된다. 이번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연방 법원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된다. 피고들인 고급 화장품 회사들과 백화점 및 대형 할인점들은 1년 이내에 별도 제조된 다양한 화장품들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으나 소비자들이 영수증이나 별도의 증거 제출 의무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원고 측 대리인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지급기간과 소비자 1인당 한 품목 등의 제한적 조치는 있을 것으로 원고 측 대리인은 설명하고 있다. 피고 측이 제공하게 되는 무료 제품과 배포 비용은 약 1억7500만달러어치로 추산되며 그간의 소송 진행 비용 약 2400만달러 역시 피고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장품 회사들과 판매유통회사들은 가격 담합과 여타 과실을 하나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합의 결과는 아무도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는데 피고 측 당사자의 한 회사였던 에스티 로더 화장품 회사가 경영 관련 사항을 증권감독위원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공표된 것이다. 에스티 로더 측 변호사는 원고 측 주장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견해”라고 주장하고 “장기간에 걸친 소송 진행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조기에 합의가 가능한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뉴욕 증시 상장 공개 회사인 에스티 로더는 그간의 소송 결과에 따라 현금 및 상품 형태로 특별 부담금 1350만달러를 계상해 놓고 있다. 이번 소송에 연루된 화장품 회사들 중에는 에스티 로더 외에도 로레알, 클라란스, 샤넬, 크리스챤 디올, 겔랑, 부세롱 및 코놉코 등 회사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제품을 팔아온 니만 마커스, 노드스트롬, 쌕스핍스애비뉴, 메이시, 블루밍데일, 딜라드, 메이 및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아, 타깃 등 일류 백화점들과 대형 유통 체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에스티 로더를 비롯한 소송 연루 회사들은 ‘이번 합의로 회사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 회사들의 합의 사실이 알려진 날 뉴욕 증시에서는 관련 회사들의 주식 값이 12% 내지 34%까지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34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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