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27일 월요일 오전, 마감이 시작되는 날이라 회사에 일단 출근을 한 후 회사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보브 천호대리점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닌 ‘체험, 화장품대리점 현장’을 하기 위해서.
대리점을 제대로 체험하려면 기초대리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기초대리점은 아무래도 물건을 배송하는 것 중심의 큰 업무가 주를 이룰 것 같았다. 오히려 잔일도 많고 종류가 많은 만큼 재고가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는 색조 대리점에서 심부름이라도 하면 세심하게 일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색조 대리점을 택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이러한 예상은 현실로 다가왔다.
취재로 인해 안면이 있던 보브 천호대리점 김원형 사장님은 순회사원을 따로 두지 않고 혼자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여사장님이시기 때문에 색조대리점의 업무를 더욱 자세하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쌓여있는 신제품 박스를 뜯어 물건정리를 하고 있던 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도대체 뭘 체험하려고 그러는데?”라며 예의 그 성격 좋은 말투를 내뱉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체험 삶의 현장 같은거라니까요. 아무 일이나 시켜줘요”라고 너무도 당당히 외치니 “아니,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라고 웃으며. 솔직히 생각해보니 대리점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물건정리부터 시작했다.
립스틱, 섀도, 립글로스, 펜슬, 매니큐어 등등 제품군 자체가 많을 뿐더러 각각의 제품군에 따라오는 수많은 컬러들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 무슨 제품이 이렇게 많아”라는 볼멘 소리로 이어졌다.
워낙에 꼼꼼한 성격의 사장님이기 때문에 각각의 호수별로 제품을 정확히 정리해 놔야 했는데, 정말 색조 제품이 많다많다 해도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실제 현장에서 정리를 해보니 이건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색조는 워낙에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군이다 보니 신제품이 나오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고, 요즘에는 워낙 색조제품에 있어 다양한 제형이 중시되고 있어 같은 제품군이라도 제형에 따른 차이가 있어 정리는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은 ‘안 그래도 색조는 시기가 지나면 판매가 어려운 데 이렇게 많은 제품들이 있다면 나오는 재고물량도 엄청나겠다’라는 것. 거기에다가 계속 물건 정리가 이어지다 보니 솔직히 ‘물건 좀 조금씩만 만들지...’라는 생각도 끊임없이 밀려왔다.
어디 무슨 물건들이 많이 빠졌나? 청소는?
쌓여있는 제품들과 신제품으로 들어온 물건 정리와 주문품목 체크를 하다보니 오전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본격적인 전문점 순회에 들어갔다. 월요일에는 일이 많다고 하신 사장님의 말처럼 오늘 하룻동안 돌아야 할 전문점의 수는 약 15∼16군데.
첫 번째 방문 전문점에 들어가자마자 사장님은 물건체크를 시작했다. 여사장님인지라 보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빠진 물건들을 체크하고, 새롭게 들여놓아야 할 물건들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색조 대리점은 아무래도 여성들에게 유리한 것 같았다.
사장님이 물건정리를 하시는 동안 나는 정리되어 있지 않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먼지 쌓인 물건 닦기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대리점에서 전문점 청소도 해줘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지만 물건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야 하나라도 우리 물건이 더 팔린다는 말에는 저절로 머리가 끄덕여졌다. 기초대리점 역시 전문점을 방문하면 청소를 해 주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색조 대리점은 기초처럼 세트구성이나 부피가 큰 제품이 소수로 있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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