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그간 최대의 불황을 겪어 온 국제 향수업계가 연말을 맞아 앞다퉈 신제품을 쏟아 내놓으면서 경기반전은 물론 장차 시장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판촉을 활발히 나서고 있어 구미 화장품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향수업계는 해마다 봄철 어머니날(5월)과 아버지날(6월)의 향수 매출로 그 해 최대의 쇼핑 시즌인 크리스마스 매출을 예측하며 한해 결산에 들어가곤 한다. 올해의 경우 남성용 향수는 아버지날 무려 6%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기록, 연말 경기에도 커다란 기대를 갖게 해줬다. 다만 어머니날을 전후한 여성용 향수의 매출은 오히려 전년대비 1% 정도 줄어들어 실망을 자아내게 했지만 작년 테러로 인한 불황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고무적인 추세로 관련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전문 시장조사 기관들은 올해 향수시장 결산을 늦은 12월 말 또는 연 초로 이어지는 마지막 세일 기간까지 거친 다음에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향수 관련 업계 전문가들과 시장조사 기관들이 올 연말 매출 추이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사상 유례가 없는 불황의 동굴 속을 헤매온 향수업계가 이번을 계기로 경기회복의 큰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낙관론 때문이다. 또한 올 연말에 기선을 제압한 제품들이 앞으로 2∼3년간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관련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6월 말까지 상반기 중 새로 출시된 향수 신제품의 비중은 전체 판매액의 약 3.8%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남성용 향수 중에서는 지방시의 풀 옴므와 캘빈 클라인의 트루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리고 여성용 향수로는 베라 왕 제품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신제품 중 남성용으로는 가을 들어 랄프 로렌의 폴로 블루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캘빈 클라인도 크레이브로 맞불을 놓으며 연말 경기를 고대하고 있다. 향수업계의 전통적인 신제품 제작 수법의 하나인 마스터 브랜드 방식으로 에스티 로더는 특히 재미를 보아 왔는데 지난 8월 출시한 플레져 인텐스도 사실은 앞서 나온 플레져의 후속 제품이다. 그뿐 아니라 남성용 인튜이션도 앞서 나온 여성용의 성공 위세를 업고 따라 나선 것이다. 앞서 나온 성공 제품을 모델로 삼아 대칭되는 후속 제품을 제작해 내는 마스터 브랜드식 제품 제작에는 올 연말에도 랑콤, 아르마니, 알프레드 성, 로웨 등이 줄지어 나서고 있다. 그리고 빅토리아스 시크리트 등 신제품 등이 뒤따르는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케네스 코엘, 리즈 클레어 본, 캘리포니아 노스 및 보라보라 등은 아예 남녀용으로 함께 두 제품을 동시에 제작, 판매에 나서기도 한다. 57년 역사의 로샤스 앱솔루 향수가 올 가을 펨 드 로샤스를 새로 선보인 것도 업계에서는 주목거리다. 엘레강스한 아름다움과 호사의 상징인 금빛으로 뒤덮인 발렌티노 골드 향수 역시 또 하나의 화제. 그런가 하면 핑크 룸, 오스카 데 라 렌타 및 입생 로랑은 아예 사치스러움을 내세운 향수를 새로 내놨고, 구찌와 에이본은 꽃 이미지의 향수를 들고 나왔다. 달콤하면서도 순수한 젊음을 내세우는 것도 향수가 즐겨 내세우는 것, 올해는 샤넬의 찬스가 대표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역시 향수업계가 놓칠 리 없다. 초현실적 화가인 살바토레 달리의 그림을 연상하는 향수병 속의 달리 스타일 향수는 용기를 내세웠고 웨딩 드레스 전문 디자이너 베라 왕은 결혼식 날 쓰는 향수를 판매하고 있다. 한편 기발하다 못해 기상천외한 것도 없을 수 없는데, 장 폴 고띠에와 이세이 미야케 등 디자이너가 그들의 독특한 예술감각을 향수에 도입하고 에스까다도 그들의 패션미를 한껏 풍기고 있다. 향수업계의 최근 특이한 동향 중 하나는 아로마테라피―알코올 성분을 없앤 식물성 냄새의 향수다. 코티는 힐링 가든, 프레드 시걸이 아포티아를 이번 시즌에 맞춰 선보이고 있다. (310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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