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대리점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면서 아예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서대문·은평 지역에서 유명 메이커 화장품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ㄱ씨는 얼마 전 전업을 결심하고 사무실과 창고를 비롯해 영업권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어받아서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여전히 붙들고 있는 상태. ㄱ씨는 “수익성, 향후 전망 모두 전무해서 도저히 계속해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식구와 함께 화장품전문점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제조사와 전문점을 이어주던 유통의 허리 노릇을 하던 화장품대리점업계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이 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메이커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안팎의 의견들 또한 “이제 대리점 체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 화장품대리점은 그 동안 전문점에 대한 현장 영업을 맡아 왔다. 하지만 많은 메이커와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고, 시판시장까지 침체되면서 2∼3중의 경영난을 겪어 왔다. 또한 메이커들이 거래지역을 제한하면서 뻔한 수준의 실적이 나오는 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관계로 경영이 점점 악화됐다. 이러다 보니 “전문점에서 돈을 번 자산가는 흔하지만 대리점에서는 빚쟁이나 면하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제조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아 업체마다 대리점 지원책을 내놓고 특별 연수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다지 약효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영업망이 대리점 체제로 굳어진 업체들의 경우 대리점과의 관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이미 많은 업체들이 전문점과의 직거래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수입사들처럼 이제는 전국 지사망을 통해 전문점과 직접 거래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예 전문점과 직거래를 염두에 두고 만든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선을 보이고 있다. 일선 전문점들의 입장은 “유통단계가 줄어들면 소매점에 더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환영한다”는 쪽이다. 이와 함께 “대리점보다는 본사의 관리가 더 믿을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경향에 대해 “시판유통의 허리가 사라진다면 제조사들의 유통장악만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한 쪽에서는 “화장품 유통구조가 변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308호 기사) - 이봉구 기자 viewsio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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