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 위치한 A화장품매장은 개업한 지 10여 년이 다 돼간다. 상권은 주택가 진입 도로로 슈퍼마켓과 비디오가게, 간단한 호프집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예전엔 주변에 화장품전문점이 몇 업소 더 있었으나 지금 그 길목에는 A매장 한 곳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멀지 않은 거리에 아파트 단지를 낀 주거지 상권이 있고 조금 더 나가면 신천역 상권이 있기 때문에 화장품전문점의 입지로서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A매장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담배와 생활잡화를 함께 취급하는 멀티숍이라는 데 있다. 이 매장 점주는 “잡화 쪽에서 많은 매출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고객들이 들어온다”고 운을 뗀 후 “최근 담배까지 취급하게 되면서 기본 입점 고객의 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과당경쟁과 유통질서 문란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장품전문점들이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점이 채택하고 있는 멀티숍 전략이 하나의 대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보통 화장품매장에 들어서면 기본 상품인 화장품 외에도 액세서리, 헤어드라이어 등 각종 미용 잡화를 함께 취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식기, 가방, 장식품, 화장실제품에서 담배까지 판매하는 업소도 있다. 상권 효율이 낮은 주택가 등에 위치한 화장품전문점으로서는 각종 경영 여건의 외풍에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전업 사업장으로서의 매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품목의 제품을 함께 취급할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활잡화나 담배 등이 꾸준한 고객 유입을 이끎에 따라 잡화 등의 구입에 관계 없이 화장품과의 접촉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여성들에게는 살림에 필요한 각종 생활잡화와 화장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A매장 점주는 “남편이 사업할 당시 부업으로 시작했는데, 남편이 퇴직하고 이제는 10평도 안 되는 화장품매장이 주 소득원 노릇을 하고 있다”며 “상권이나 비수기 등에 관계 없이 쏠쏠한 매출이 나오고 있다”고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연령층이 높은 고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매장은 ‘사람장사’의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말 그대로 변치 않고 찾아주는 단골을 만들어내야 된다는 말이다. 주택가 주부들의 관심을 끌 만한 중·저가 생활잡화와 화장품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단골로 만드는 매장에서는 고도의 전문지식보다는 ‘인간성’과 ‘다양한 생활 화제거리’가 더 유용하다. (303호 기사) - 이봉구 기자 viewsio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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