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사라지다

'간밤에 꿈을 덩어리째 버리는 꿈을 꾸었다.

꿈과 변혁을 이야기하던 한 시절의 책들이

한 무더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한국사회논쟁사, 정치경제학서설,

볼셰비키혁명연구, 20세기농민항쟁사

무광택 표지들이 때절은 얼굴로 좌판에 누웠다

가끔 치마 속 들추듯 책갈피 뒤지는 손

누구에겐 희망이었고

누구에겐 반동이었다

쭈글해지고 곰팡이 핀 얼굴로

창고 속에서 노끈으로 결박 당한 채

봉고차에 태워져 한꺼번에 처분된다

오래된 냄새만 남은 오후다

글,사진 이원식기자 wslee6@geniepark.co.kr

이원식 기자  wslee6@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