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화장품이 앞으로는 관세 없이 들어오게 됐다. 최근 타결된 한미FTA협상 결과에 따르면 양국은 상품분야 품목 94%에 대해 "관세 즉시 철폐" 또는 "3년 뒤 철폐"하기로 확정, 상품 분야에 속한 화장품은 유형에 따라 미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 또는 3년 뒤 철폐하게 된다. 당초 한국은 관세 8% 유지에 기초 헤어제품 등은 10년 유예, 메이크업 제품 5년 유예를 주장했으나 협상 막판 미국 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그동안 화장품 관세 철회 및 면도용 제품, 목욕용 제품, 일부 비누제품 상호 관세 완화를 요구해왔던 점에 비춰 미국산 화장품에 대해 대부분 즉시 철폐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품목은 3년 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협상 과정에서 기능성화장품 심사 완화를 골자로 하는 법 제도 관련 변화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협상 결과는 국회 본회의 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 발효되는데 한국과 미국의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하면 발효 시기는 이르면 내년말 또는 2009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업계는 이번 결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관세 폐지에 따라 미국 제품의 급격한 시장 점유율 확산을 우려하며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미국 업체는 에스티로더 P&G 존슨앤존슨 메리케이 에이본 등 10여개 업체로 대부분 백화점 방문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에 편승해 이들 미국 제품의 고급 시장 잠식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미국 군소 브랜드가 대거 밀려들어 올 경우 경쟁력이 약한 국내 중소업체들의 입지가 매우 좁아지며 시판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현재 수입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38%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제품의 관세가 철폐돼도 가격 인하는 당장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의 미국 업체들은 관세 폐지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기 보다는 이 차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사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1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화장품 무역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대미 수출은 3천329만 달러, 대미 수입은 1억3천319만 달러로 2004년의 적자 폭 9천만 달러에 비해 1천만 달러 정도 늘어났다. 한편 대한화장품협회(회장 서경배, 이하 협회)는 “화장품 부문 협상은 당초 한국 측의 요구대로 진행되다 막판 빅딜 과정에서 한꺼번에 조정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며 “앞으로 EU와 중국과의 FTA협상이 남아있는데 이번 결과를 거울삼아 더욱 협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화장품 산업의 기초 통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 협회는 우선 각 업체에 상세한 정보가 담긴 기초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또 협회는 최근 이영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육성단장을 만나 업계의 현황과 애로 사항을 중점 전달하고 정례적인 만남을 통해 화장품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단장은 화장품산업 발전을 위한 적극 지원을 다짐했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534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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