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코스메틱 김병훈 기자] 최근 화장품 업계가 색조화장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진검승부에 들어갔다.

기존 스킨케어를 위주로 한 기초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색조화장품의 성장 잠재력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색조화장품 시장 규모는 현재 약 57조원 수준으로 이는 전체 화장품 시장의 25%에 달한다. 한국과 중국 등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색조 화장품 성장세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색조 화장품 시장은 각각 1조6000억원,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4%, 12%씩 성장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내 화장품 업계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최근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색조화장품 제품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주목해 적극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먼저 색조화장품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곳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말 국내 색조화장품 전문 제조업체인 제니스의 지분 70%를 1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로 LG생활건강은 독자적인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기술력을 얻게 됐으며 제품의 공급 안정성과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까지 확보하게 됐다.

특히 제니스는 생산이 어려운 립스틱, 쿠션 등의 제품 제조와 수작업 위주의 파우더 제조에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로서, 더페이스샵을 포함한 쿠션 제품과 색조화장품 전문 브랜드인 VDL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회사 전체 화장품 매출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색조화장품 사업을 더페이스샵과 VDL을 중심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색조 전문 브랜드숍인 VDL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고급 매장을 확대하고 메탈쿠션, 립큐브 등 고기능 메이크업 제품 출시로 20~30대의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VDL의 경우 주력제품 외 감각적인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제니스 기술연구원, 생산부문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국과 중국 색조 시장에서 트렌드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색조화장품 시장 강화를 위해 메이크업 브랜드 ‘에스쁘아’에 전력을 쏟고 있다. 올해 초 에뛰드하우스에서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온 에스쁘아는 지난 2월 전국 최대 규모의 이대점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24개 독립매장을 보유하며 소비자의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연매출도 지난해 250억원에서 오는 2020년까지 1000억 원으로 4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아모레퍼시픽의 헤라는 이달 홍콩에 네 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해외 진출에 나섰다. 이들 팝업스토어는 홍콩 내 최대 규모인 LVMH 소속 면세점인 DFS 내 4곳에 집중 오픈해 한정 기간 동안 운영된다. 헤라는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을 모두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지만 립스틱 ‘루즈 홀릭’과 ‘미스트 쿠션’ 등 메이크업 제품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초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더 크긴 하지만 성장세는 색조화장품이 더 가파르며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경우 색조를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쿠션으로 베이스 메이크업 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색조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미샤도 최근 베트남에 15호 매장을 열고 동남아시아 색조화장품 시장공략에 나섰다.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베트남 시장은 연평균 17.5% 고성장 중으로 특히 립 메이크업, 매니큐어 등 색조 화장품은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마스카라, BB크림 등 미샤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색조 화장품을 필두로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미샤는 현재 전 세계 29개국에 1천6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동남아시아는 싱가폴, 태국, 인도네시아 등 9개국에서 약 110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는 지난 5월부터 색조 화장품 전용 라인을 만들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중국 대도시의 색조화장품 시장이 성장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기존 광저우 코스맥스 공장도 하반기에 증설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1개층인 공장을 3층 규모로 증축하고 기존 기초 화장품 중심의 생산 라인을 파우더와 립스틱으로 확대한다.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화장품기업 로레알도 색조 전문 브랜드를 들고 국내에 상륙한다. 로레알은 8월 말 세계 최대 코스메틱 편집숍 ‘세포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 어반디케이를 한국 시장에 공식 론칭한다.

이는 일본과 중국 시장 본격 진출에 앞서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에 먼저 출시해 경쟁력을 시험해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기초화장품에 비해 국내 색조화장품 시장은 전문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술력과 경쟁력이 뒤쳐져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K뷰티를 통한 업계의 경쟁력 강화로 포화상태에 이른 기초 시장에서 탈피해 새롭게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색조화장품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코트라는 지난 4일 ‘중국의 색조화장품 시장 잠재력에 주목하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국 진출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스킨케어 제품이 231억 달러로 4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색조화장품은 겨우 30억 달러인 6%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2019년 중국 색조화장품 시장규모는 적어도 59억달러로 전망돼 2014년에 비해 74%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색조화장품 시장은 성장기에 있고 한국이나 일본, 프랑스 등의 국가에 비해 보급률이 현저히 떨어져 시장잠재력이 비교적 큰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