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화장품 시장은 ‘다사다난’으로 요악 된다. 지난 7월 불어 닥친 갑을(甲乙) 논란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여기에 업계 혼란을 가중시키는 각종 규제와 경쟁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안팎으로 몰아친 한파에 좌절을 맛봤다.

그렇다고 웃을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11월 기준 수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3.86% 증가한 11억5,828만 달러를 달성하며 K뷰티의 위상을 드높였고, 정부는 각종 규제를 화장품 업계에 적용하는 한편 ‘화장품산업 육성’을 목표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업계 입장을 반영한 화장품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발표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여 업계에 뒤늦은 봄바람을 선물했다. 올 한해 화장품 업계를 둘러싼 이슈를 짚어본다.

1. 화장품업계로 확산된 ‘갑을 논란’

지난 5월 남양유업 막말 사태로 발화된 ‘갑을 논란’이 화장품업계로 확산됐다. 화장품업계 갑을 논란은 7월 24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가 국회에서 7차 정책 간담회를 열고, 화장품 대리점·가맹점 피해 사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화장품업계의 갑을 논란은 하반기 유통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화장품 가맹본부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로 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경쟁포화, 수익성 악화, 일본인 관광객 감소 등 악조건 속에서 악조건 하나를 더 보탠 셈이다.

2. 복지부·식약처, 화장품산업 중장기 발전계획 발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 국내 화장품산업의 글로벌 톱7 강국 도약을 골자로 하는 ‘화장품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은 화장품산업 육성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내수위주 산업에서 미래 수출 주력산업으로 전환해 집중 육성키 위해 수립됐다.

계획안에 포함된 4대 중점 추진과제는 △글로벌 제품 및 창조기술 개발 △산업육성 인프라 확충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 △규제 제도 선진화 등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생산 15조, 수출 60억 달러, 수출비중 40%를 달성하고 화장품산업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3. 뷰티에 눈뜬 지자체

올 한해는 화장품과 미용, B2B와 B2C를 아우르는 뷰티 박람회가 각지에서 열리며 ‘뷰티 박람회 붐’을 이뤘다. 뷰티산업의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지자체들이 지역 내 뷰티산업 육성을 목표로 뷰티 박람회를 앞 다퉈 개최한 것.

상반기에는 충청북도가 ‘2013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를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경기도의 ‘2013 대한민국 뷰티박람회’, 대구광역시의 ‘대구뷰티엑스포’, 경상담도의 ‘2013 경남뷰티마켓쇼’ 등이 막을 올렸다.

4. 잇단 법 개정에 업계 혼란 가중

정부의 잇따른 법 개정으로 업계는 대규모 ‘불법 영업사태’의 위기를 맞았다. 첫 번째는 대다수 화장품 업체를 후원방문판매로 규정짓는 개정 방문판매법이다. 개정 방문판매법이 시행됨에 따라 8월 17일까지 후원방판업체 등록 및 다단계 전환을 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졌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정보 부족, 비용 부담 등 이유로 미뤘고,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해 마찰이 불가피하게 됐다.

내년 2월부터 발효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역시 업계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 개정안에는 출점제한, 할인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5. 식품의약품안전‘처’ 격상

새 정부가 도래함에 따라 1월 기능성화장품 허가와 관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보건복지부 소속 외청에서 국무총리실 소속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정부 조직법상 위상이 격상됐다. 이는 국민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식약처에서 정책수립과 법률 제청권을 갖게 되면서 소비자 안전에 맞춰진 정책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한편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책임을 강조하는 사후관리 체계도 강화됐다는 평이다.

6. 화장품 제조판매관리자 자격기준 완화

업계의 불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식약처는 화장품 제조판매관리자 자격기준 및 병행수입 화장품 품질검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화장품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12월 6일 시행했다. 이는 화장품을 내수 위주 산업에서 미래 수출주력 산업으로 전환, 집중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식약처는 이에 앞선 11월 경기도 옹산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에서 화장품 분야 업계 간담회를 갖고 화장품산업 민관 협력 및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7. 끊임없는 화장품 안전성 논란

화장품 안전성 논란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수입화장품 유해물질 검출, 부작용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7월에는 일본 가네보 화장품이 백반증 문제를 일으켜 전량 회수에 들어갔고, 9월에는 ‘기적의 크림’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마리오 바데스쿠 힐링크림’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외 ‘수은 화장품’ 논란은 쉼 없이 터졌으며, 지난 10월 열린 국감에서도 화장품 이슈는 역시나 ‘안전성’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낮은 회수율.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단속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8. 디셈버24 사업 철수…H&B스토어 고전

지난해 고성장하며 주목받은 H&B스토어 시장이 올해는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CJ올리브영이 탄력을 받음과 동시에 이마트 분스와 카페베네 디셈버24, 농심 메가마트 판도라가 공격적인 영업을 선포했으나, 결과는 ‘뜨뜬 미지근(?)’ 한 성과로 멈췄다.

게다가 디셈버24는 출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모든 매장을 철수한 상태. 올 상반기 H&B스토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롯데의 롭스 역시 수도권에서만 10개 매장을 오픈하며 확장에 속력을 내진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9. 고가 제품 수요 하락…백화점, 방판 부진

경기 침체로 고가 제품 수요가 줄면서 올해는 백화점과 방문판매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방문판매는 후원방문판매 도입 등 정부 규제 강화로 어려움이 가중, 2000년대 들어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는 전년대비 9% 매출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화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이에 백화점 유통을 주로 하는 수입 브랜드는 ‘탈(脫)백화점’ 전략으로 선회, 홈쇼핑이나 로드숍으로의 진출을 꾀했고, 국내 브랜드의 경우 저가 제품을 이벤트성으로 출시하며 분위기 쇄신을 유도했다.

10. ‘해외로 해외로~’ 해외진출 러시

올 한해 화장품 업계를 웃게 한 것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이었다. 관세청이 조사한 '화장품 수출입 실적 통계'에 따르면 1~11월 기준 화장품 수출금액은 11억5,828만7,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9억3,518만4,000달러 보다 23.86%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주요 수출국으로 꼽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주, 유럽까지 수출길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K뷰티 확산의 청신호를 밝혔다. 한류 영향으로 K뷰티가 촉발된 후 제품력까지 인정받으면서 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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