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의 힘’ 시장 3,500억대
확실한 영역 구축한 효자상품 … 시판 브랜드도 잇따라
한방화장품 발매 ‘러시’ 여전하다
한방화장품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방 열풍은 시의성에 기댄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뚜렷한 영역으로 자리잡을 모양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한방화장품의 시장규모가 3,5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태평양의 경우만 보더라도 ‘설화수’가 2000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는 전체 매출의 15%에 달하는 1,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매출 목표는 2,000억원이다.
이렇듯 높은 매출을 보장하는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자 다른 업체들 또한 한방 전용 브랜드 또는 한방성분이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제품들을 앞 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태평양의 뒤를 이어 코리아나화장품이 ‘한방’과 ‘녹두’ 등을 선보였고, 한국화장품도 올 1월 ‘산심’을 출시 9월 말 현재 120억원의 매출을 기록, 올해 매출목표를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나드리화장품은 상황버섯 원료의 ‘상황’ 브랜드를 내놓았고, 최근엔 로제화장품이 첫 시판용 브랜드인 ‘십장생’을 내놓아 그 대열에 합류했다.
한방 전용 브랜드는 아닐지라도 한방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도 적지 않다. 리케아화장품의 ‘에스메딕 WH’ 브랜드는 감초와 적성초, 표고버섯 추출물을 사용했고, 피어리스의 ‘피어 브라이트 필링 팩’에는 표고버섯 추출물, 무궁화 추출물이 들어 있다. 이밖에도 에센디 화장품은 ‘아스프리르 스킨케어’에 한방 약재인 시호 추출물을 사용했다.
또한 OEM 및 ODM 전문 업체인 한국콜마도 중국기업과 관련제품의 수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방화장품이라는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원료다. 각 업체들이 내놓은 제품에는 산삼, 영지버섯, 상황버섯, 벌꿀, 로얄제리, 녹용 등이 함유돼 있다고 표시돼 있다. 모두 과거엔 약용이나 보양식으로 사용되던 원료들이다.
화장품에도 건강과 오리엔탈리즘 적용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새로운 마켓을 열기 위한 화장품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제품개발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바람은 해외에서 먼저 불었다.
‘바디샵’이 콩, 올리브 오일, 꿀 등 천연원료로 만든 제품을 출시했고, ‘록시땅’도 먹어도 되는 화장품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또한 ‘오리진스’가 중국 송나라 황제가 마셨다는 화이트 티로 만든 제품을 발매해 큰 인기를 끌었고, ‘랑콤’도 인삼과 은행이 주성분인 제품을 내놓았으며, ‘가네보’는 현미와 청주 추출물이 든 화장품을 개발했다.
선진 외국업체들의 원료와 이미지에서 비롯한 제품 컨셉의 트렌드는 이렇게 자연주의를 거쳐 오리엔탈리즘으로 옮겨 왔다. 해외에서 먼저 불기 시작한 이와 같은 본격적인 오리엔탈리즘을 국내 업체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한방 열풍이 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몇몇 업체에서 한방화장품을 꾸준히 만들어오기는 했었지만 하나의 시장 영역이 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최초의 서구식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박가분’이 백납분(납 성분)을 함유한 인체에 유해한 제품이었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그 세월만큼의 격세지감이 충분히 느껴질 만하다.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볼 때 한방화장품 시장이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잡았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주요 제품들이 주로 방문판매용으로 출시되다 보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종종 있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한 제조사 관계자는 “원료나 공정에서 상당한 공이 들어갔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한방 제품의 종류가 늘어나고 시판용 제품이 계속 출시된다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분간은 ‘너무 비싸다’는 주장이 쉽사리 식지는 않을 것 같다.
- 이봉구 기자 webmaster@geniepark.co.kr<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