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300여 점의 화장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코리아나 화장박물관과 주불 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하는 전시회이다.
자연을 닮은 아름다움, 한국의 화장문화 전에서는 삼국시대에서 개화기에 이르는 화장 용기와 도구, 장신구, 전통 화장재료 등 다양한 화장유물 200여 점이 전시된다. 분과 연지 등을 담아 쓰는 고려시대의 ‘청자상감모자합’을 비롯해, 조선시대 화려한 공예 기법을 자랑하는 ‘화각 경대’, ‘보석삼작노리개’ 등의 한국 화장유물이 파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 한국의 화장용구와 장신구에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의 전통이 그대로 스며들어 절제된 미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 시대별 대표 유물을 통해 한국 화장문화의 변천사를 살펴 볼 수 있으며, 몸을 정갈하게 하고 얼굴에 화장을 하며 의복과 장신구를 갖추기까지의 한국 화장의 순서를 이야기로 구성해 관람객의 이해를 도울 방침이다. 또한 남성용 경대, 동곳, 살쩍밀이, 면경 등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용 화장용구도 선보여 현지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도 방문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전통 화장품 체험 행사를 마련, 파리지엔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홍화씨, 쌀, 살구씨 등으로 만든 천연 기름과 전통 향을 섞어서 만드는 화장유 제조 체험, 봉숭아 물들이기 등 보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화장문화는 삼국시대(B.C.57~668)부터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해 고려시대(918~1392)에는 불교와 청자문화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화려하게 발전했다. 이후 조선시대(1392~1910)에는 유교 윤리의 영향으로 화려한 화장보다는 깨끗한 얼굴 모습과 단정한 몸가짐을 중시했으며, 개화기 이후 수입 화장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박가분’이라는 최초의 근대 화장품이 탄생해 붐을 이루기도 했다.
한국의 화장문화는 삼국 신라 시대의 화랑 정신을 근간으로 한다. 아름다운 몸에 아름다운 정신이 깃든다는 신라 화랑의 ‘영육일치(靈肉一致)’ 사상은 얼굴을 가꾸는 화장 외에도 복식, 장신구 등을 통한 단정한 옷차림과 바른 몸가짐, 내적 수양을 통한 마음가짐을 중시했다. 오늘날과 같이 하얀 얼굴을 선호해 쌀이나 녹두 등의 천연 재료를 활용한 화장도 이미 고려시대에 성행했다. 이러한 문화는 뷰티 산업이 일찍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화장문화와 비교해 볼 때 유사한 점이 많아 현지의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문화의 일면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회로서 뿐만 아니라, 여성의 미에 대한 관심이 인류 문화사와 함께 발전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특히 ‘패션과 뷰티의 종주국’이라는 프랑스에 한국의 유서 깊은 화장문화를 전시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유상옥 관장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는 인류의 공통 관심사”라며 “한국의 화장문화에서 나타나는 정갈한 아름다움이 파리지엔들과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우리 전통 화장문화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해외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0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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