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및 대리점들이 거래선 정리 차원에서 소형 전문점들을 기피하고 있어 일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시장 규모는 커졌음에도 업체별 실적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몇몇 업체들은 아예 이 기회에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가격 혼란만 초래하는 취급점들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일부 화장품전문점에서는 신제품을 제대로 비치하지도 못한 상태로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동구에서 8평짜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전문점주는 “예년과 비교해 대리점 순회사원의 방문이 눈에 띄게 줄었고 제품도 판매되는 만큼만 겨우 갖다 준다”면서 “어쩔 수 없이 타 업체 제품으로 권매하려다 보니 애로가 많다”고 밝혔다. 제조사와 전문점 사이에서 직접 영업을 하는 대리점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가격질서를 바로 잡고 우수 판매점 육성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서대문지역 한 대리점 관계자는 “많은 대리점들이 적자 상황에서 경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후 “전문점들의 개·폐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별 거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털어놓았다. 여기엔 제조사들의 입김도 적잖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고 있다. 대리점 영업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유통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제조사들이 향후 유통망 정비를 위한 포석으로 취급점 정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다. 이런 주장에 대해 중견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은 상태에서 잘 팔아주는 매장에 집중해야지 무조건 풀고 보자는 식은 안 된다”면서 “제조사에서 인위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한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긴축경영에 따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주택가 등에 위치한 생활 밀착형 소형 화장품전문점에서는 대형 메이커보다는 품질이 어느 정도 검증된 중소형 업체의 브랜드로 역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북의 한 전문점주는 “대형 메이커 제품은 여기저기 안 파는 데가 없기 때문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면서 “비록 후발업체지만 마진을 충분히 볼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수입화장품 중에서도 전문점 유통용으로 비교적 중·고가에 나온 제품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화장품 유통의 체질이 변하려는 조짐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대형 제조사들의 정책이 결국은 안방을 외국 회사들에게 내주고 있는 꼴 아니냐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309호 기사) - 이봉구 기자 viewsio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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