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미용업계와 미용사들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호황과 인기를 지금 누리고 있다. 그러나 미용실과 헤어드레서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옛날 고리짝 부터의 영업방식을 답습하는 게 타당한가? 세계 최고 신문 중 하나인 파이낸셜 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 루시 켈러웨이의 글을 소개한다. 8살 짜리 초등학교 꼬마들에게 장차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놀라 웠다. 돌고래 조련사와 발레 댄서가 되겠다고 한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헤어드레서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영국의 미용업계는 놀라운 성장을 그간 해왔다. 영국 노동 인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1992년 이래 8년간 미용사는 300 % 늘어 났다. 컨설턴트 보다 3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증가율의 절반 수준으로 급증했다. 영국 왕실은 앤공주의 헤어드레서에게 연초 공훈 메달까지 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정보산업 등 여타 성장 산업에 비해 미용업계의 발전은 어딘가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미용업계의 신입 사원은 미용실 바닥을 쓸거나 헤어클립을 건네는 일을 한다. 그 위에 머리 감기는 사람이 있고 연공서열의 피라미트 꼭대기에 헤어스타일리스트가 있다. 세계 최고의 미용실 운영업체인 비달 사순의 최고참 스타일리스트는 아트 디렉터란 호칭을 쓰며 6단계의 스타일리스트들을 거느린다. 40명 인원의 헤어 살롱이 10만명 규모의 다국적 기업 직급 보다 복잡하다. 성공적 기업의 절대 요소는 고객 서비스다. 이 점에서도 미용업계는 한참 뒤떨어진다. 앤공주의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의심할 바 없이 굽신거림과 입발림의 공훈(?)이 있었을 거다. 동네 미용실은 지루하고 유쾌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미용사는 허구 한 날 같은 소리만 해 댄다. ‘잘 지냈어요? 재미 좋은가 보지요?’ 정도는 들어 넘길 수 있다치자. ‘숯이 적어졌네요! 전에도 이랬어요?’ 등의 부정적 질문이 고객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를 어째 이들은 모를까? 지금의 미용실과 미용사들은 너무나 구태의연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정한 기업경영 자세를 갖추게 될 때 미용업계는 참으로 놀라운 성장과 성공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꼬마들이 이 다음 만족과 행복은 아니더라도 돈만큼은 잘 벌게 해줘야지 않겠는가? (266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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