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여인일까. 여의도 한 복판에서 삭발을 하고 또 재판정에 5번이나 서고 장관실 문을 걷어차고 들어가는 여인. 투쟁으로 점철된 지난 7년. 미용업계의 투사가 기자와 마주 앉았다. 풍상의 뒤안길, 조수경은 무서리를 뚫고 피어난 야생화 같았다. 한국피부관리사협회 회장으로 그녀는 숙원을 이뤘다. 피부미용사 국가자격증을 얻어낸 것.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문제도 진입을 이끌어 내고 명실상부한 ‘피부미용사’를 탄생시켰다. 조 회장은 지난 2월 18일 노동부로부터 전화를 받고 목놓아 울었다. 피부미용사 국가자격증 신설이 추진된다는 것.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인가. “아직 축하받기는 일러요. 이제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아이고, 일이 끝도 없네요.” 조 회장은 이젠 좀 쉬고 싶고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며 축하 인사에 화답 아닌 화답을 했다. “피부미용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자격 검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겠죠.” 조 회장은 노동부 전문위원으로 위촉돼 자격 검정에 따른 제반 사항을 노동부와 의논하게 된다. 투쟁의 역사는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피부미용사 자격증에 미온적인 미용사회중앙회를 박차고 나왔다. 트럭을 불러 살림을 싣고 나와 피부관리사협회를 차린 것이 2001년. 그때부터 국회의원 복지부장관 등 유관 단체와 기관장을 찾아다니며 자격증을 읍소했다. 그 와중에 법원에 불려 다니는 고초도 겪었다. 이도 저도 안 통하자 행동으로 옮겼다. 삭발이다. 조 회장은 아직 2002년 7월의 여의도, 그 뜨거운 태양을 잊지 못한다. “남편에겐 부끄럽지 않았어요. 그러나 차마 아들에겐 보이고 싶지 않아 가발을 쓰고 집에 갔지요.” 눈물이 고인다. 투사는 어느덧 여인으로 돌아왔다. 조 회장은 그동안 땅굴을 파는 심정으로 일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햇빛을 보리라는 자기 암시로 고통을 감내했다. “김근태 장관이 고마운 분입니다. 집 앞에서 장기간 텐트치고 농성하는 데 쫓아내지 않은 것이 고맙죠.” 출근 길 김 장관이 차에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당당히 나와서 얘기하자고. 꺾일 수 없었다. 氣 싸움의 분수령이었다. “피부 마사지를 한다면 어떤 사람은 퇴폐업소부터 떠 올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공 대학 졸업생만 일년에 2만명이 넘고 종사자가 어림잡아 30만명입니다. 이들에게 당당히 전문인으로서 대접받고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제도를 확실히 마련한 것이지요.” 내년 중반 정도면 첫 자격 검정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자격증이 나온다. 피부미용인들은 기억하라. 자격증엔 조 회장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음을. (430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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