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쯤 회장님(김정문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저에게 도와달라고 청했어요. 흔쾌히 받아들였지요.” 사실 그 무렵 회사는 비상사태였다.
방만한 경영에 재무구조는 최악. 집에서 한달 정도 경리 장부까지 일일이 챙겨봤다. 주변의 전문가를 동원해 얻은 결론은 ‘이래서는 망한다’였다.
최 부회장은 팔을 걷었다. 우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원가 절감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직원들 반발이 거셌다. ‘뭘 모르는 여자가…’하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리고 손 댄 것이 사내 문화 바로잡기. 서로 칭찬하기 운동을 폈다. 눈가림 보고서에 비방하는 문화는 서서히 사라졌다. 확실한 숫자와 서로 아끼는 문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필독서를 지정해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도 효과를 봤다. 그렇게 1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화장대 앞에 섰다.
회사 전체 매출의 30%를 올리는 화장품이 브랜드 인지도가 너무 처져 있음에 스스로 놀랐다. “김정문에서도 화장품이 나와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도 예사였다. 내년이면 창립 30년. 알로에 성분이 보습, 피부 재생에 좋은 것은 다 알지만 ‘김정문=화장품’은 아직 쉽게 성립되지 않는 것이 고민.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 상승의 획기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깜짝 광고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작년 말 풍파를 겪으며 4개월 정도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른 화장품을 안 쓰고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정말 자신감을 얻고 소비자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지요.”
국내선 유일하게 제주산 알로에베라를 원료로 사용, 우리 여성 피부에 잘 맞는다고 최 부회장은 설명한다. 앞으로 고가 기능성 제품으로 확대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도 덧붙여 말한다.
김정문 회장과의 나이차를 극복한 로맨스는 어땠을까. 이팔청춘처럼 가슴이 뛰고 불꽃도 튀었을까. 그렇다고 한다. 95년 당시 방판 지사장의 홍일점이었던 최 지사장에게 운명처럼 김 회장은 다가왔다.
청주의 회사 모임에서 김 회장은 “당신 같은 여자라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넌지시 말했다. 최 지사장은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제가 당시 오버했나요.” 결혼 9년. 아직 신혼이란다. 알로에는 사랑의 묘약인가. (408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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