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는 지난 6월 체코 브르노 미샤 1호점 오픈을 기념해 테이프 커팅식을 거행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탈(脫)아시아'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시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 아래, 과거 비교적 진입이 쉬운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권에 진출한 화장품 기업들이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거대시장인 유럽과 미국을 노크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장품 수출량이 아시아에 모아지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탈아시아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수년간 화장품 수출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는 구도였다. 관세청 '화장품 수출입 실적 통계'에 따르면 전체 수출규모는 10억 2837만 달러이며, 이중 중국이 22.5%, 일본이 17.31%, 홍콩이 13.89%로 아시아 3개국에 수출량 50% 이상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성장동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아시아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유럽, 미국으로 넓혀야 한다는 데 업계가 공감하고 있다"며 "이에 최근에는 아시아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미국, 유럽 등으로 조금씩 발을 넓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 글로벌 톱7 뷰티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미국 사업, 향수 브랜드 롤리타렘피카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중국과 미국, 프랑스를 3권역으로 나눠 현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군으로 2020년까지 해외 매출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은 미국 다비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완성한 '다비' 브랜드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판매한 뒤 올 하반기쯤 미국시장에 역수출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최근에는 캐나다 바디용품 업체 프루츠 앤 패션을 인수하며 북미 진출 본격화를 선언했다. 회사 측은 향후 화장품 사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이 외에 미샤는 지난 6월 25일 체코의 산업분화 중심이인 브르노에 미샤 1호점을 열었고, 닥터자르트는 영국 멀티 드럭스토어인 부츠에 입점하며 미국에서 영국으로 발판을 넓혔다. 스킨79 역시 대만과 싱가포르를 넘어 스페인, 루마니아 등으로 무대를 확대하며 유럽과 남미를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9월 프랑스, 폴란드, 영국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OEM ODM 전문기업인 코스맥스 역시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올초 인수한 인도네시아 로레알 공장을 기점으로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알 공장까지 잇따라 인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 이에 회사 측은 미국 공장에서만 내년에 200억 원, 내후년에 600억원 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미국과 유럽이 화장품 거대시장인 만큼 본격적인 수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진출 기업들이 미국, 유럽 시장에서 곧바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 제품은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이점이 있는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화 작업이 수행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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