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개최 및 한국 팀의 선전으로 수치로 가늠할 수 없는 국가 신인도 및 브랜드 상승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장업계의 수출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의 해외 마케팅 전략에 따라 현지법인 및 생산기지를 설치하는 한편, 기존의 중국과 동남아 일변도이던 수출 대상지역을 유럽과 미주 등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경향으로는 에이전트를 통해서 진행되던 그간의 수출방식을 탈피해 현지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향은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 수립된 전략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장기 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태평양은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을 앞세워 상하이는 물론 뉴욕과 파리 등 세계 화장품 시장의 중심에 진출할 계획과 함께 중국 시장 집중공략을 위해 상하이에 생산기지를 설치한다는 방침을 그대로 추진 중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의 경우 중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상품설명회를 대대적으로 갖고 국제화장품박람회 등의 행사에 적극 참여해 유럽과 남미 시장을 공략키로 했으나 마찬가지로 기존 정책의 재확인이다. 중소업체 중 도도화장품은 공격적인 세계화 전략 하에 포스트 월드컵 바람과 레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면서, 한편으로는 메이크업 아카데미를 통한 제품 홍보와 교육을 병행하는 프로페셔널 위주의 전략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을 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막상들여다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은 수출이라는 문제에서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자본력이 웬만큼 뒷받침되는 큰 업체의 경우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여건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업체들은 포스트 월드컵 정책에 대한 별다른 기대나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태평양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통해 세계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 기대는 하지만 최근 시류와 관계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최근 불경기 탈출을 위한 국내 마케팅에 주력하기도 벅찬 실정이라서 수출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원론적인 입장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정책은 요란하기만 할 뿐 실속은 없는 형편이다. 포스트 월드컵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구매상담회, 비즈니스 사절단, 시장개척단 파견 등을 펼치겠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기존 시책 사업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별도의 예산배정 등 직접적인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화장품 산업은 패션과 유행에 관련된 업종으로 세계적 수준에 비춰보면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기술은 상당 부분 따라잡았지만 월드 트렌드 제안이나 브랜드 경쟁력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의 전략 수립이 앞서지 않고서 수출증대를 말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업계 자체의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며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장업계 한 관계자의 말처럼 “일부 업계 관계자나 경제 관리들이 화장품 산업을 전체 산업의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한다”면 장차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292호 기사) - 이봉구 기자 viewsio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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