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운슬러는 판매할 때 3번의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고객이 와서 특정 제품을 찾을 때 한번 놀라고 그 제품의 가격을 물을 때 또 한번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마지막으로 인터넷 쇼핑몰과 가격을 비교할 때 판매 의욕이 싹 달아나버린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심각할 정도로 카운슬러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거짓말하지 않는 카운슬러가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버젓이 제품이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몰에는 제품이 없다고 속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택배가 비싸다, 유통 기간이 지났다, 불량 제품이다 등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험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문점과 인터넷 쇼핑몰과의 가격 차이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 과거에는 근무시간이 최대의 고충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요즘에는 판매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로 인해 대면 판매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카운슬러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서울 건대상권 전문점에 근무하는 한 카운슬러는 인터넷 쇼핑몰 얘기만 나오면 판매 의욕이 사라진다며 자신이 인터넷 콤플렉스에 빠졌다고 말했다. 카운슬러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인터넷 쇼핑몰의 기획 행사 때문. 이벤트 기간을 정해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최고 50% 이상 할인하는 정책을 인터넷 쇼핑몰마다 경쟁적으로 펼치면서 그 여파가 전문점에 그대로 미치고 있다. 특히 유명 브랜드의 경우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돼 전문점에서 판매하기 두려울 정도다. 이런 난국을 극복하는 타개책으로 카운슬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가격 충돌이 없는 거점 브랜드를 역매하는 것. 마진율도 보장이 되지만 일단 소비자에게 불신을 주지 않아 판매가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입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카운슬링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에게 거점 브랜드를 판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갈수록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보가 많아져 특정 브랜드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거점 브랜드 역매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카운슬러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가뜩이나 전문점들이 총체적인 카운슬러 수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격 비교로 인한 고충까지 악재로 작용해 더욱더 카운슬러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제 카운슬러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강남에서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K사장은 “카운슬러를 판매원 차원에서 고용해서는 본인도 힘들고 매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문 지식을 가진 이를 고용하든지 아니면 철저한 교육으로 진정한 카운슬러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몇 천원에 비교되지 않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문 교육과 함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K사장의 말을 뒷받침하듯 정기적인 교육과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일부 대형 매장의 경우 카운슬러가 인터넷 쇼핑몰과의 가격 문제를 나름대로 풀어나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288호 기사) - 최철용 기자 a4g@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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