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용지의 효시인 태평양(사장 서경배)의 향장이 지령 400호를 맞이했다. 1958년 화장계(化粧界)란 이름으로 시작해 오늘의 향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45년간 이어진 향장의 역사는 곧 한국 여성 화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400호를 맞는 동안 향장과 향장의 표지에 등장한 모델들은 우리나라 모델의 변천과 사회상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향장의 표지는 60년대까지는 당대 최고의 인기인이 장식했었기 때문에 김지미, 엄앵란 등 인기 절정의 여배우들은 물론 최무룡 등의 남자배우들도 등장했었다. 70년대 이후부터는 신인을 발굴해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태평양의 광고 전략에 따라 지금은 유명인이 되었으나 당시에는 풋풋하기만 했던 김영애, 임예진, 금보라, 황신혜, 이승연, 이영애, 김지호 등 스타들의 얼굴이 자주 등장한다. 현재 향장은 두 가지 종류로 40면 월 150만부를 발행해 발행부수 면에서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태평양은 1958년부터 화장계라는 이름으로 4×6 배판에 24면(지면이 차츰 늘어나 36면으로 발행)사외보를 발간했다. 표지에 인기 배우의 사진을 담고 명사들의 생활을 소개하면서 올바른 화장법, 제품 사용법, 제품 보관법, 외국의 최신 유행정보, 오락기사 등을 다루었다. 가격은 100환이었지만 실제로는 특약점에서 화장품을 사는 고객들에게 무료 증정되었는데 읽을만한 책이 제대로 없던 시절에 화장계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심지어 헌책방에서 50환에 팔리기도 했다. 대다수 여성들이 화장에 관한 지식없이 서양에서 밀려오는 화장품을 여과없이 사용할 당시 화장계는 화장품 자체에 생소해 하던 여성들에게 화장품에 대한 지식은 물론 전문적이고 올바른 미용법을 알려주면서 아름다움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또 당신도 미인이 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화보와 단편 소설도 실어 단순한 미용지 차원을 넘어 교양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화장계는 62년 12월호까지 발행되다가 63년 1월에 난초로 제호가 바뀌어 계속 발간된다. 그리고 72년 2월부터는 향장으로 제호를 바꾸고 30년 가까이 국내 최고의 미용전문지로 자리를 잡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269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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