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 디자이너 중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캘빈 클라인 제품 광고는 이색적이라거나 도발적 심지어는 에로적이라는 이미지와 평으로 항상 화제를 일으켜 왔는데 이게 또 확 바뀐다. 캘빈 클라인의 여러 제품 중 화장품-향수의 경우 네덜란드의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가 제조, 공급하는 것으로 3천5백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오는 3월부터 전세계에 방영 및 광고될 새 광고의 주 테마는 사랑, 따뜻함이 잘 흘러 과거의 광고물들과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캘빈 클라인과 유니레버의 합작품인 향수-이터니티(영원의 뜻)는 샤넬 넘버 파이브 등 과 함께 세계 10대 최고급 향수로 정평이 난 것으로 30초 짜리 홈 비디오 스타일 새 광고에는 단골(?) 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이 사랑-달콤한 사랑을 그려낸다. 비누 거품 이는 목욕탕에서 키득거리는 아기와 생일파티를 벌이는 가족풍경 등 흑백사진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며 남녀 모델이 서로 노래 부르는 새 광고는 클라인 코스메틱의 전담 광고회사 CRK가 뉴욕의 크라프트 웍스 광고회사와 합작으로 만들었다. 공교로운 것은 9월 11일의 뉴욕 대폭발 참사 이전에 기획, 제작된 이 광고가 최근의 미국내 분위기인 안정-사랑, 그리고 정직-단순과 딱 들어 맞게 된 것. 뉴욕 소재 화장품업계 전문 평론가인 알란 모투스씨에 의하면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 가을의 대참사와 아프간 전쟁을 치르며 더 이상 특정 심벌에 매혹되거나 90년대의 흥청거림에서 깨어나 버렸다. 이제는 현실 감각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 심벌을 쫓는 등 환상을 버리고 이제는 현실 가치에 치중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공략하는데 화장품 등 패션 상품들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모투스씨의 진단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캘빈 클라인과 이터니티의 새 광고는 안성맞춤이다. (267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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