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점의 고객 되찾기, 고객 신뢰 회복 등 판에 박힌 정답은 심드렁하다. 구체성이 없고 현실적 대안이 부족한 탓이다. 메아리 없는 구호 같기도 하고 그냥 프린터가 종이를 내뱉듯 무미건조하다. 화장품업계 종사자 일부는 전문점의 진단과 처방의 총론은 줄줄 꿰지만 각론은 실속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사람은 좀 다르다. 오랜 경험에 이론을 갖춘 현실 감각이 허를 찌른다. 마치 목 좋은 장터를 낚듯 틈새 공략이 매섭다. JNC화장품 이정원 대표. 잔뜩 웅크리듯 있다 먹이를 챈다. 자신의 위치와 주무기를 내세워 번개같이 공격한다. 먼저 위치다. JNC는 업계의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회사들과 상권경쟁을 할 수 없는 노릇. 점포도 명동을 고집할 수 없는 처지. 그래서 금호동을 택했다. 적당한 상권에 소비수준도 웬만해서 골랐다. JNC의 내추럴 코스메틱 1호점은 이렇게 재작년 12월에 태어났다. 일단 직영으로 해서 매출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제품 좋고 카운슬링 잘되고 고객 관리도 궤도에 오르니 입소문이 따랐다. 지금 내추럴 코스메틱 JNC ○○점 간판을 단 전문점이 30개가 넘었다. 그것도 직영점 1년 뒤에 본격적으로 모집했으니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신청이 몰린 것. 이 대표의 주무기는 자연주의. 그는 자연주의 화장품을 취급한 게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아뿔싸, 지나치게 일찍 했다. 이제야 소비자들이 자연주의 화장품의 진가를 안다며 이 대표는 안도한다. 알로에 허브 아로마 등을 주원료로 한 제품은 마니아가 많은 것이 특징. 그래서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진짜 주무기는 카운슬링이다. 피부관리실을 갖춘 전문점을 ‘패밀리숍’으로 삼기에 카운슬링이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의 자랑이며 전재산은 바로 15만 가지의 피부 타입 자료.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것으로 실제는 이를 토대로 만든 155가지 타입을 쓴다. 즉 지성 피부도 수분 부족, 여드름 타입 등 세세히 나뉘어있다. 사실 이 범주를 벗어나는 타입은 없다. 피부 미용 강사가 이를 달달 외우다시피 하며 전문점을 돌며 강의한다. 이런 카운슬링을 통해 많게는 한 점포에서 JNC 제품 판매 비율이 60%를 넘는다. 그는 전문점 전문가이다. 신문에 전문점 영업을 위한 칼럼을 쓰기도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앞자리에 까맣게 적은 종이를 펴놓고 말한다. 마치 시냇물이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 깨알같이 작은 글씨들이 줄을 지어 ‘인터뷰 내용’이라는 큰 글씨로 몰려든다. 전문점 활성화 방안을 물었다. 고객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강조하며 왜 카운슬링을 게을리 하는지 반문한다. 그는 백이면 백, 언제 어느 때건 전문점 최고의 카드는 카운슬링이라고 못 박는다. 이 대표는 아직 웅크리고 있다. 왼손에 자연주의 화장품을 들고 오른손에 카운슬링 카드를 들고. 이제 카운터펀치만 남았다. 올해가 바로 그 때다. (473호 3면)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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