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한 스님이 그녀의 인생을 바꾼다. 큰 수술을 두 번 치른 뒤 우연히 알게 된, 저 남쪽의 한 암자에 은거하는 그 스님의 비법은 평범한 그녀를 ‘흙의 딸’로 내세웠다. 스님을 따라온 산하의 온갖 초목은 흙과 더불어 그녀를 비방(秘方)의 세계로 안내한다. 초목들은 술과 함께 10년을 항아리 속에 잠들다 백토와 화합해 화장품으로 태어났다. 흙사랑연구소 이평선 소장. 복스러운 얼굴이 팽팽하다. 특히 목주름이 하나도 없다. 다 흙 덕이라며 옷 사이로 어깨를 드러내 보인다. 뽀얀 살결이 “처녀같다” 했더니 눈을 흘긴다. “남편으로부터 목욕탕 때밀이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구한날 황토를 주무르니 얼굴이며 옷이며 말이 꼴이 아니었죠.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이 흙을 서울로 가져와 채로 거르고 다시 손님들 몸에 바르는 작업은 중노동이었어요. 약술 냄새는 얼마나 고약한지요.” 황토 마사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황토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이다. 몇 년 전에는 약술을 이용한 반신욕법을 국내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그러나 너무 일찍 시작한 탓인지 돈벌이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황토 마사지 소문은 꼬리를 이었다. 늘어진 피부 당겨주고 주름 펴주고 등이 굽은 여자의 등도 펴 주었다. 기미 주근깨를 없애주고 머리카락을 굵게 했다. 이젠 분말을 팔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다 도전한 것이 화장품. 주변에서 너무 좋으니 한번 해보라는 권유에 이어 천주유통과 손을 잡으며 본격화했다. 샘플을 청담동 압구정동에 뿌렸다. 반응이 뜨거웠다. 홈쇼핑에서도 서로 모셔가려고 하지만 좀 더 관망하고 있다고 한다. 또 화장품 대리점 등에서도 취급하겠다는 연락도 자주 오지만 아직은 탐색 중. 지금 갖고 있는 약술은 수백 가지이지만 화장품에는 오가피 등 5가지만 쓴다. 정작 비법은 지장수에 있다. 백토에서 우려낸 엑기스. 피부 재생 트러블 제거 등 효능을 좌우한다. 이제 막 나오고 있는 ‘흙사랑’ 화장품은 그러니까 몇 년 전에 담근 약술을 쓰고 있는 것이다. 황토 제품과 달리 비누 세안이 필요 없다고 한다. 물세수만 하고 세럼만 바르면 끝이라는 것. 왜 비누 세안이 필요하냐고 되묻는다. “10년은 젊어질 겁니다.” 자신한다. 노폐물을 제거하고 흔히 말하는 화장독을 풀어낸다. “바르면 틀림없이 피부가 당기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바로 그것이 효과를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이 소장은 영양크림을 개발하며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참 전 약술 들고 백토를 담아 찾아간 몇몇 화장품 제조업체선 약술 어쩌고 백토 저쩌고 하는 소리를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겨우 임자를 만나 생산을 하게 됐다. “아이고 아직 화장품 잘 모릅니다. 특히 판매 같은 것은 재주도 없고요.” 하면서 “그래도 얼마나 황토 백토가 좋습니까.” 내미는 손이 보드랍다. 화장품 흙사랑은 피부 사랑에 다름 아니다. 사람은 흙으로 빚었음이 틀림없는 것 같다. (472호 3면)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