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미용실 바닥을 쓸었다. 하루하루 수북히 쌓이는 머리카락만큼이나 꿈을 담았다. 고장 난 드라이어를 고치며 더운 바람으로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꿈은 1년 뒤 디자이너로 이어지고 80년 명동에서 신데렐라처럼 떠오른다. 전 매스컴이 열광한 거꾸로 매달기 커트를 기억하는가. 사람을 거꾸로 매달고 늘어진 머리카락을 커트했다. 대번에 스타가 됐다. TV에 자주 얼굴을 내밀며 연예인이 되다시피 했다. IBS 세계대회 3위 입상의 결과였다. 미용인 박준은 이렇게 태어났다. 성공신화는 이어진다. 84년 자신의 미용실에 남성 전용숍을 만들었다. 퇴폐이발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시절이라 손님이 미어터졌다. 돈도 벌었다. 그 돈이 지금의 박준 뷰티랩의 종자돈이라고 말한다. 이어 박 원장은 강남 본점에 어린이 전용 쉼터를 만들어 다시 화제를 낳는다.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이 다 이렇게 나온 것이다. 95년에 국내 첫 미용 프랜차이즈 박준미장을 출범시켰으니 벌써 10년이다. 미용산업의 외국계 진출 방패막이라는 거창한 기치도 들었다. “정말 승승장구했습니다. 서로 매장을 내달라고 아우성이었죠. 대충 계약서도 없이 했었죠.” 돈 있는 사람 노는 셈치고 미용실 내려는 사람이 많았다. 결국 이런 사람들이 속을 썩였다. 잘 나가던 박 원장이지만 시련이 왜 없었겠나. 영국 유학 2년동안 프랜차이즈 사업은 망가져 있었다. 다시 그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동했다. 컴백쇼다. 2002년 10월 하이야트 호텔에서 치른 박준 컴백쇼는 대규모 모델 동원과 화려한 무대 등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으며 박준이 ‘살아있음’을 천하에 고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프랜차이즈의 시스템화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래서 교육과 경영을 프랜차이즈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지금 매출의 90%이상이 카드입니다. 투명경영이 안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업계 고질이 바로 세금 탈루라고 할만큼 말이 많았죠. 그러나 이제는 언제나 마음이 편합니다.” 그는 세금으로 곤욕을 치렀다. 웨딩숍을 냈는데 수입 제품을 쓴다느니 하는 투서가 들어가 검찰에 출두해야만 했다. 무혐의로 드러났지만 덕분에 웨딩숍 접고 몇 억 까먹었다. 수업료 치고는 톡톡히 물었다. 박 원장은 내년을 뷰티랩의 새로운 도약기로 정했다. 지금 추진하는 전산작업이 매듭지어지면 고객 관리 가맹점 관리 등 경영 전반이 일신된다. 또 얼마전 청담동 본점에 문을 연 헤어 스파 사업도 제 궤도에 올려야 한다. 대학(원광대학교)강의도 나가야 하니 할일이 많다. 콧수염이 못내 궁금했다. “미용계에 남자가 귀하다보니 남성을 자꾸 여성화시켜요. 그래서 사내임을 보여주기 위해 여태 기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직접 깎는 박 원장, 그의 ‘가위손’은 의외로 뼈마디가 굵었다. (465호 3면)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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