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을 불침처럼 찌르는 맹렬한 빛줄기가 오후의 나들이를 땀에 절게 한다. 화장품회사들은 좋겠네, 자외선 차단제가 잘 팔려서. 지친 듯 나른한 우면산은 녹음의 숲이 되어 도심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고 있다. 코리아나는 좋겠네, 저런 산을 정원으로 두고 있으니. 더위에 무고한지…, “그냥 에어컨 쐬며 잘 있습니다. 부채도 있고요.” 예의 장난스런 대답이다. 단추까지 채우고 단정히 기자를 맞는 코리아나 유학수 부사장. 손가락 사이에서 몽블랑 볼펜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갈고 닦은 솜씨다. “회사 실적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인사에 “꾸준히 원가나 비용을 절감한 탓도 있지만 시판에서 활약이 좋습니다. 영업이익이 많이 나와 다행입니다.” 다들 어렵다는 시판에서 선전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연구 개발비용은 한 푼도 깎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연구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경영 방침입니다.” 그러면서 특허 건수를 많이 올린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코스닥 등록 기업 화학 업종에서는 가장 많은 건수(48건)를 갖고 있다고 덧붙인다. 3정 지킴이 캠페인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황일수록 기업은 편법의 유혹에 빠져든다고 유 부사장은 말한다. 그러나 편법은 그야말로 편법. 세월이 그 답을 준다고 한다. 정가, 정품, 정확한 정보는 그래서 요즘 돋보이는 영업 방침이다. 유 부사장은 전문점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을 가장 큰 성과라고 꼽는다. 가격 질서를 되찾고자하는 노력은 지금도 부단하다. 또 코리아나 제품 진열을 강화, 별도 매대를 1천여 개 공급한 것도 전문점의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한다. 중국 소식이 궁금했다. 우루무치라는 지명이 튀어 나왔다. 우루무치는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중국 대륙 깊숙한 오지. 거기에도 코리아나 엔시아 티 플러스 제품이 간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거기까지 제품이 갔나 싶었다. “그야 거기 있는 사람이 주문하니까 갔겠죠.” 우문현답이다. 코리아나는 천진의 현지 법인에서 6월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 내놓을 만한 실적은 아니지만 사천성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올해 10억 매출은 무난할 것 같다고 한다. “품질이야 어디 가겠습니까. 가격도 적당해서 내년엔 50억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유 부사장은 스페이스 씨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 화장품 전문 박물관으로 전문성을 높였다는 주변의 평이다. 재개관 기념으로 코스모 코스메틱 전시회를 연다. 화장품을 소재로 한 설치 작품 등을 선보인다. 코리아나의 문화 사랑, 정확히 ‘우리 것’ 사랑은 유별나다. “문화는 코리아나의 구심점입니다. 화장품을 만들면서 제대로 된 화장 박물관을 갖추는 것은 화장품 회사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전문점에 다시 고객을 불러들이는 첩경은 정도 영업입니다.” 힘주어 말하는 유 부사장, 장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452호 3면)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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