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가득히 파란 하늘이 열리며 지평선 끝에서 찬바람이 밀려온다. 차를 멈추게 한 것은 작지 않은 하얀 건물이었다. 순백으로 보면 수녀원 같다고 하고 창백하다고 보면 병원 같다고도 한다. 이곳, 물좋고 공기 맑은 이천 들판에 ODM OEM전문 오뜨레화장품이 자리잡은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오뜨레, 프랑스어로 ‘뜬다’는 뜻이다. 면도 자국이 파르스름하다. 분홍 넥타이가 만만치 않은 패션 감각을, 반짝이는 구두코가 세련됨을 보여준다. “사무실이 참 좋습니다.” 인사에 어린아이 같은 웃음으로 반긴다. “공장에 와 보고 모두 놀랍니다. 시설도 깨끗하고 설비도 첨단이 아닌 것이 없어서 그런지 주문을 바로 내더라고요.” 지난해 9월에 취임하고 이제야 얼굴을 보이는 것이 지각임에 틀림없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느라 늦어졌습니다. 우리 회사는 사실 先투자 後영업입니다. OEM ODM전문회사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먼저 설비를 갖추고 인력을 뽑고 하는 가운데 시간을 좀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OEM ODM업계도 경쟁이 심한데…. “한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내수 시장이야 뻔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지요.” 이미 대만 모 홈쇼핑에도 진출했고 동남아 여러 업체와 수주 상담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한 유통업체에서 찾아와 공장을 보더니 바로 발주로 이어지는 성과를 얻었다. 내수 시장 또한 굴지의 업체에 납품하기로 하는 등 발빠른 영업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달 확보 물량이 1백만개가 넘었다. 문제는 시장 지배력. 바로 되는 일이 아니다. 먼저 연구 인력부터 챙겼다. 한명 한명 직접 나서서 섭외했다. 인재를 모으는 것이 어려운 것을 새삼 느꼈다. “차라리 다국적군을 만들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방 제품은 물론 곧 기능성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되면서 한시름 놓았다.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걸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많이 보고 배우고 경험하겠습니다.” 김 대표의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에는 해외 트렌드가 1순위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물었다. 도대체 자금은 어디서 대는 것인지. 김 대표가 찬 팔찌가 대답해 주었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팔찌의 메이커가 바로 오뜨레의 모체 해피의료기. 모 화장품 공장을 인수해 의료기 공장과 함께 오뜨레 공장을 쓰고 있는 것. 해피의료기는 창업 5년 만에 놀라운 성장을 거듭한 업체다. 국내 장업계의 만만찮은 막내, 오뜨레가 이제 막 이천의 너른 들판에서 해처럼 떠오르고 있다. 나이 40이 안 된 김중천 대표. 해가 곧 중천(中天)이다. (423호 3면)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 - 사진 복세욱 기자 ricky7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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