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울고 싶다. 지난 29일 MBC 불만제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향수 중 가짜 향수가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진행했다. 정품이라고 믿고 산 향수가 제 3국에서 제조된 가짜일수 도 있다는 내용의 보도는 수은화장품, 3Lab 사건에 이어 또 한번 소비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불만제로에 따르면 5가지 유명 향수를 본사에서 공급 받은 정품과 인터넷, 노점, 재래시장 등 각 곳에서 구입한 제품을 비교 분석한 결과 총 30개 중 9개가 정품과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구성 성분은 같지만 배합비율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유리병 전문가 역시 정품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피부 발진 등 부작용 위험 이 같은 가짜 향수는 향취가 정품과 거의 비슷하고 가격이 정품 대비 워낙 저렴해서 소비자들에겐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미묘한 차이가 피부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임의로 배합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의 유무를 확인할 수 없고 △알코올함량이 높거나 △저질 원료를 사용하고 △정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을 사용해 불순물이 들어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 제보한 한 소비자는 가짜향수로 의심되는 제품을 사용하고 피부 발진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국제조 공장의 실체 불만제로의 취재과정에서 밝혀진 중국 심천의 원액 제조공장은 원액 1kg을 65위안(약 8000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공장 관계자는 “50ml에 3위안(약 450원) 어치 원액을 넣으면 정품향수와 거의 똑 같은 향을 내고 가격을 낮추고 싶으면 50ml에 2위안(약 300원) 어치를 넣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향수 용기를 만드는 상해의 한 유리공장에서는 “얼마 전 한국사람이 30만병을 주문해갔다”고 밝혀 가짜향수의 유통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원액과 병을 따로 수입해서 한국에서 제조하는 방법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 “공공연한 비밀” 한 관계자는 이번 일과 관련해 “이미 누구라도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던 문제”라며 “정품 향수와 거의 똑 같은 향으로 제품명과 용기만 다르게 해서 나오는 일명 패러디 제품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경우 소비자가 스스로 정품 여부를 판단해서 구입할 수 있지만 가짜향수의 경우 판단이 어려우며 유통과정 자체를 알 수 없어 문제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품 향수를 분석기계에 넣고 돌리면 거의 99% 똑 같은 향을 뽑아낼 수 있다”며 “프랑스 공장에서도 원액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마음만 먹으면 가짜 향수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향수를 수입 유통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향수 업체에 들어오는 소비자 문의는 진짜가짜를 구별해달라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솔직히 전문 조향사가 아닌 이상에는 정확한 구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는 모두 다 가짜? 현재 향수는 병행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무척 복잡하다. 본사에서 붙이는 정품텍이 없다는 이유로 가짜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가짜와 진짜를 구분해 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방송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쳐 소비자들에게는 ‘인터넷 판매=가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많은 대리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직접 공급을 하고 있고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온라인 시장 규모가 흔들린다면 본사의 매출 타격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방송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져 향수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가짜 향수의 유통 규모와 실체로 인해 정직한 판매자의 억울한 피해가 우려된다. (534호 4면) - 최미진기자 armati@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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