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모방 무늬만미투
누가 뭐래도 이유 있는 원조 VS 형보다 나은 아우도 많다

[주간코스메틱 신샛별 기자]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몇 년전 모 시상식에서 “저는 스태프가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놨을 뿐”이라는 수상소감으로 몇 년간 화제가 된 적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빈번한 데, 빅히트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논란이 되는 이른바 미투(me-too)제품 현상이 그 중심이다.

화장품 시장에는 가격만 다를 뿐 콘셉트나 효과가 비슷한 화장품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면 반드시 나타난다는 미투제품 때문이다. 이 미투제품들은 대개 타 브랜드의 유명상품을 모방, 그 인기에 편승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국내에서는 고급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면, 로드숍을 중심으로 저렴한 미투제품이 등장하는 게 보편적인 추세처럼 돼 있다.

모바일 화장품 검색 전문 앱 글로우픽을 운영하는 글로우데이즈의 공준식 대표는 “비교적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투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브랜드의 유명세보다 제품의 실제 효과를 보고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선발업체들은 난색을 표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반기는 모양새를 나타내기도 한다. 불경기가 지속되며 저렴한 가격의 미투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늬만 미투가 아닌 개중에는 제품력이 뛰어난 미투제품도 종종 있어서 원조보다 미투제품에서 효과를 봤다는 소비자도 간혹 나온다.

본지는 글로우픽의 자료협조를 바탕으로 최근 이슈가 되는 미투화장품에 대해 요모조모 짚어봤다.

이유 있는 원조, 입생로랑 VS 애스톤네이처

▲입생로랑 루쥬 뷔르 꾸뛰르 베르니 아 레브르(왼쪽) / 틴티드 젤라또 글라스(오른쪽)

입생로랑의 ‘루쥬 뷔르 꾸뛰르 베르니 아 레브르’는 여배우 립스틱으로 작년 한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후속 상품이 잇달아 출시됐지만 원조 제품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애스톤네이처의 ‘틴티드 젤라또 글라스’는 입생로랑의 미투 제품임을 광고해 눈길을 끌었지만 소비자 평가는 너그럽지 않다.
입생로랑 틴트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진리. 후속제품과 비교 불가’, ‘남자친구가 입술색이 예쁘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등 원조 제품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가격은 세 배 품질은 비슷, SK-Ⅱ VS 미샤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왼쪽) / 미샤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오른쪽)

미투 제품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고급 브랜드가 세일에 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절반 이하의 가격에도 구매 가능하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는 제품은 SK-Ⅱ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와 미샤의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이다. 두 제품의 가격은 각각 16만5천원과 4만2천원으로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두 제품의 소비자들이 내린 평가는 비슷한 수준이다.
원조 제품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나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미샤의 에센스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미샤 것만 5병 째 쓰다가 SK-Ⅱ를 쓰게 됐는데, 미샤보다 효과가 없다’, ‘피부결 정돈에 진정 효과까지. 향도 좋아서 완전 마음에 들었다. 미투 제품이라 말이 많지만, 진짜 잘 만든 상품’ 등 미투 제품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형보다 나은 아우, 디올VS시크릿키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왼쪽)/스윗 글램 틴트 글로우(오른쪽)

원조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미투 제품도 있다.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와 미투 제품인 시크릿키의 ‘스윗 글램 틴트 글로우’가 좋은 예다. 시크릿키의 미투 제품은 발색이 약하고 가격이 비쌌던 원조 제품을 보완해 보다 선명한 발색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비자들은 ‘디올 제품을 3년 째 쓰다가 가격 부담 때문에 시크릿키 제품을 선택했다. 외관이나 제형, 색상이 거의 흡사하다’, ‘시크릿키의 발색이 더 진하다. 촉촉함이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가격 때문에 고민 중이라면 구매해도 좋을 듯’등의 평가를 내렸다.

다시 돌이켜보는 화제의 미투제품 사건 에스티로더 갈색병 vs 미샤 보라색병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왼쪽) / 미샤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오른쪽) 국내화장품 업계에서 미투제품 논란으로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사건은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을 겨냥한 미샤의 보라색병 미투제품 논란이다. 미샤는 애초부터 바이럴마케팅의 일환으로 대놓고 에스티로더 미투제품임을 선언했다. 비교마케팅을 통해 자사제품을 홍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제품력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미샤의 의도대로 이 사건은 소송전을 불사하면서 미샤의 보라색병은 공전의 히트제품으로 남게됐다. 호불호를 떠나서 이런 마케팅 전략이 대단히 매력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 전략을 통해 미샤가 급성장을 한 사실이 단적으로 미투전략의 힘을 증명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수많은 업체들디 빅히트상품에 대한 미투전략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할 점은 미투전략이 미샤에게 득이 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샤는 비교마케팅을 통한 미투상품 출시 전략으로 고성장했지만 이후 극에 달한 이런 마케팅 기법들이 미샤에 독으로 작용해 급성장세에 제동을 걸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투전략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지만, 또 무조건 추종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샛별 기자  sta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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