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쇼핑 유통에 진출한 A사. 최근 홈쇼핑사로부터 에이전트 회사를 소개 받으며, 판매 수수료 외에 A사 부담으로 패션 모델 출연 계약을 별도로 체결할 것을 요구 받았다. 홈쇼핑사의 일방적 요구였지만 A사는 불평 없이 거금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유통 갑(甲)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乙)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홈쇼핑사가 납품업체로부터 판매 수수료 외에 세트, 영상을 기본 사양과 달리 제작하는 대가로 별도 방송 제작비용을 수취하는 현상에 제동이 걸린다. 또한 홈쇼핑사는 ARS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50% 이상 부담시킬 수 없으며, 홈쇼핑사가 배송을 책임지는 경우 납품업체는 상품 하자와 관련된 경우 외에는 반송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방송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홈쇼핑사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납품업체가 판매 전문가, 출연 모델, 세트 등 변경을 요구할 경우엔 추가 소요 비용을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홈쇼핑사가 납품업체에 사전 영상물 제작을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납품업체가 사전 영상물 제작을 원한다고 할지라도 홈쇼핑사는 일정 제작사와의 거래를 강요할 수 없다.

ARS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50% 이상 분담시킬 수 없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공정위는 납품업체당 연간 1억 300만 원 상당의 홈쇼핑 방송 제작 추가 비용과 최소 245억 원(업체당 평균 2,300만 원) 상당의 ARS 할인 비용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송비 부담의 경우 홈쇼핑사와 납품업체 간에 사전 조율하도록 개정했다. 홈쇼핑사가 배송을 책임지는 경우 납품업체는 상품 하자와 관련된 경우 외에는 반송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납품업체가 소비자에게 배송을 책임지는 경우엔 배송 및 반송 책임과 비용을 납품업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홈쇼핑사가 납품업체에 자신이 지정한 택배회사(계열사 등) 이용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계약 단계에서 상품 배송 및 반송과 관련한 책임과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 관련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횡포에도 제동이 걸린다. 개정안에 따르면 매장 바닥, 조명, 벽체 등 기초시설(유통사 고유 사양)과 MD개편, 매장 리뉴얼 등 유통사의 사유로 매장 인테리어를 변경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대형 유통업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단, 좋은 위치로의 이동이나 입점업체 내부 매뉴얼에 따른 인테리어 변경 등 입점업체에도 이익이 된다면 비용을 분담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소요 비용의 50%를 넘겨선 안 된다. 이를 통한 입점업체의 인테리어 추가 비용 경감액은 연간 최소 1,350억 원(점포당 평균 2,400만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향후 관련 사업자 단체 및 주요 사업자에 개정된 표준 거래 계약서의 사용 권장할 계획"이라면서 "개정된 표준 거래 계약서 사용 여부에 특별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대형 유통업체가 추가 부담으로 늘어난 비용을 납품업체에 다른 추가비용 인상으로 전가하는 풍선 효과가 일어나는지도 모니터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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