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의 기적’ ‘14일의 피부변화’

최근 화장품 업계에는 일명 ‘숫자 마케팅’ 바람이 거세다. ‘미백의 계절’ 봄을 맞아 미백화장품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마다 소비자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고 제품의 미백 효능을 강조할 수 있도록 피부 개선 기간을 숫자로 제시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미백화장품 중 숫자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제품은 대강 잡아도 10여 개에 달한다. 한국 시세이도, SK-Ⅱ, 키엘, 랑콤, 오휘 등이 그 예.

한국 시세이도는 ‘화이트 루센트 인텐시브 스팟 타겟팅 세럼 플러스’를 출시하며 ‘10일 세럼’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사용 10일 후부터 피부 미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이라는 수치는 자체 임상 실험을 통해 도출했다. 회사 측은 실제 일본 시세이도 스킨케어 연구개발 센터에서 108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한 결과, 80%에 해당하는 참가지가 사용 10일 후부터 개선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SK-Ⅱ는 숫자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출시한 후, TV광고와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줄곧 ‘14일의 피부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조사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5~34세 여성 548명을 대상으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44.9%가 14일 즈음 피부 개선 효과를 봤다고 대답했다는 게 그 근거다.

최근엔 아예 제품 구성을 28일에 맞춘 제품도 선보였다. 낱개 포장된 에센스 28개를 한 통에 담은 ‘화이트닝 스팟 스페셜리스트 콘센트레이트’가 바로 그것. 회사 측은 28일간 이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면 오래된 기미와 잡티가 옅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랑콤은 한발 더 나아가 ‘7일’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블랑 엑스퍼트 덤-크리스탈 브라이트니스 액티베이팅 에센스’를 내놓고 ‘7일간의 기적’이란 키워드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여성 57명을 대상으로 자가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87%의 여성이 7일 만에 눈에 띄게 맑아지기 시작해 4주 만에 크리스탈처럼 빛나는 피부로의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아시아 여성들의 고민인 다크 스팟, 칙칙한 피부 톤을 개선해주고 멜라닌 생성을 조기에 차단해 피부 본연의 크리스탈 광채를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키엘 ‘클리얼리 코렉티브 다크 스팟 솔루션’, 오휘 '화이트 익스트림 셀샤인 매직앰플’ 등은 ‘2주’를 강조하며 2주간 꾸준히 사용 시 눈에 띄는 피부 개선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 마케팅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과장·허위 광고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숫자 선정과 관련한 실증 자료가 부실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실증 자료가 있으면 과장·허위 광고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40~80% 여성이 대답한 수치를 가지고 제품 효능으로 객관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광고에 혹해 S사의 화이트닝 에센스를 구입했다는 직장인 한보람씨(27)는 “2주 만에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덜컥 구입했지만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이 광고 문구만을 보고 효과를 오인하지 않도록 적당한 관리 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화장품 표시ㆍ광고 실증제’를 통해 화장품 표시·광고에 사용된 모든 내용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관련 실증자료를 보관하고 식약청 요청이 있을 경우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실 자료를 걸러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김미정 연구관은 “실증 자료를 제품 홍보물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엔 과장·허위 광고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미백 기능성 인증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개선 효과를 검증받은 것이기 때문”이라며 “현재 실증 자료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염보라 기자  bora@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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