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화장품 전문 회사인 에스티 로더가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젊음과 도발로 대표되는 새 활력소를 그들의 브랜드에 불어넣기 위한 과감한 실험에 착수했다. 에스티 로더의 최고경영층은 최근 회사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합작을 결정, 인기 절정의 유명 디자이너인 톰 포드와 새 제품을 올 연말부터 런칭하기로 확정했다. 에스티 로더의 새로운 시도는 단순한 라이선스의 활용이 아니라 인기 있는 디자이너와 새로운 제품을 창출, 브랜드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등 차원을 높인 것이다. 에스티 로더는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런칭되는 신제품들을 “톰 포드 포 에스트 로더”라고 지어 톰 포드가 에스티 로더를 위해 만든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명품회사 구찌를 살려놓고 24억달러 연매출의 대기록을 수립한 톰 포드의 섹시하고 도발적인 감각은 최고급, 최고 인기인 것은 틀림없지만 에스티 로더에게는 모험인 것. 가냘픈 여성의 억척같은 노력만으로 만들어낸 기업인 에스티 로더 화장품은 미국의 모든 주부들과 기존 체제에 굳건히 뿌리박은 국민 기업 제품으로 한마디로 점잖은 회사의 고급 제품들이다. 따라서 젊음과 섹시 그리고 감성은 약간 거리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티 로더는 모험을 택했다. 97세에 세상을 떠난 창업주를 모시고 회사의 기반을 확립한 2세 레오나드 회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마친 3세 경영인 윌리엄이 5촌 친척(부친과 사촌)인 브랜드 전문 부사장 아에린과 함께 내린 결정이다. 종합가정용품회사로 화장품을 포함, 공격적 경영에 나선 프록터앤드갬블과 세계 최대의 화장품 전문회사인 로레알의 적극적 행보 등 격화되는 경쟁 환경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의사 출신들의 스킨케어 제품 홍수와 메이크업아티스트 및 뷰티션들의 활발한 진출과 영역 확대 등은 1등 회사인 에스티 로더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장은 괜찮겠지만 먼 앞날은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에스티 로더 제품군의 미래도 고려 대상일 수밖에 없었던 창업 3세인 전문 경영인 윌리엄 로더 회장은 모험을 택했다. 톰 포드 포 에스티 로더는 올 연말용으로 립스틱, 파우터 콤팩트 등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제품들 중심으로 치밀한 계획하에 런칭돼 2006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는데 250∼300개의 에스티 로더 전문점 중심으로 공급된다. 약 2년간의 시한을 두고 시장 반응을 보면서 에스티 로더는 톰 포드 제품들을 활용할 심산인 것이다. 한편 구찌에서 이미 ‘러쉬’ 향수로 히트를 기록했고, 입생로랑에서 퍼퓸으로 선을 보였던 톰 포드는 그의 야심을 향수로 우선 표출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모든 것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톰 포드는 내년 여름 이후부터 에스티 로더의 후원아래 독립적인 화장품 사업을 벌이게 된다. 몇 겹씩의 안전장치를 준비한 에스티 로더의 모험은 그러나 투자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손쉽게 비켜가기에는 버겁다. 톰 포드의 이름 하나로 에스티 로더의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은 너무 안이한 접근이라는 게 첫 번째 지적. 그리고 톰 포드의 이미지는 에스티 로더에게 덕보다는 오히려 독이 될 잠재력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티 로더의 모험적 시도는 미국의 소매상들에게는 상당히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톰 포드의 젊은 팬들을 에스티 로더 매장에 몰고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435호 11면)

  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