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대에서 연말, 연초의 최대 쇼핑 시즌을 앞두고 향수값 푹푹 깎기 전쟁이 터졌다. 이번 향수 전쟁의 선전포고는 프랑스의 향수 전문점 마리오노에서 제일 먼저 시작됐다. 유럽 일대의 560개 전문점을 거느리고 있는 마리오노는 성탄 쇼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20%의 세일을 앞당겨 선언, 경쟁업계에 직격탄을 쏘아댔다. 마리오노의 기습 공격을 기다렸다는 듯 맞받아 치고 나온 것이 319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는 너시브 향수 체인점, 할인율도 정하지도 않고 마리오노의 값과 무조건 똑같이 판다고 덤벼들었다. 프랑스 향수 업계의 치고 받는 가격 경쟁은 옆 나라인 이탈리아에서는 별로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 내내 20%의 세일은 일상적인 행사였으며 여기에 30% 세일이 줄을 잇는가 하면 40%의 노마진 세일도 흔할 정도로 가격 전쟁을 치러 왔다. 한편 독일의 향수 시장은 겉으로 평온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심각한 상태다. 작년 내내 폭탄세일 전쟁을 벌여온 독일의 향수 시장은 이제 값을 더 깎아 내릴 여유가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900여 개 가입점을 거느린 뷰티 알리안스 조합과 415개 전문점을 거느린 더글라스 등 독일의 유명점들은 현재 작년 수준의 영업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면서도 가격 경쟁의 압력 때문에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벌써부터 각오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유럽 대륙 향수 전쟁에서 유독 벗어나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이 섬나라 영국. 런던의 하비 니콜스 백화점은 올해 9%의 향수 매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 향수 전문점은 ‘눈에 띄는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으며 리버티 백화점은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향수 대전에서 잘도 벗어난 지역이 영국이라면 그 난리 속에서도 여전히 재미를 보고 있는 개별 제품도 꽤나 있다. 여성용 향수의 경우, 크리스챤 디올의 ‘퓨어 포이슨’, 입생 로랑 파퓸의 ‘씨네마’, 라코스테의 ‘터치 오브 핑크’, 프라다의 ‘시그네이쳐 센트’ 등이 올 시즌의 히트 상품들이다. 그리고 남성용 향수의 경우,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블랙 코드’, 에스타 드 ‘겔랑’, 버버리의 ‘브리트’, 질 샌더스의 ‘퓨어 맨’ 등이 또 선두그룹을 이루고 있다. 퓨어 포이즌은 올 시즌 유럽 향수 시장 전 지역에서 고른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관계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은 적당한 모델을 내세운 광고 캠페인의 성공을 꼽는다. 그런가 하면 원 제품인 포이즌의 명성과 이미지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분석도 따른다. 퓨어 포이즌 향수의 히트는 디올 브랜드 제품 전반의 매출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될 정도인데 용기와 금속성 포장 디자인들도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입생 로랑의 씨네마 역시 유럽 모든 시장에서 고른 인기를 누린다. 유럽 향수 시장 전문가들 중 일부는 씨네마가 퓨어 포이즌과 함께 장차 두 축을 이룰 것으로 높이 평가할 정도다. 미국 프록터앤드갬블(P&G)사 계열 라코스테의 터치 오브 핑크는 젊고 스포티하며 싼값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 틈을 비집고 올해 얼굴을 들이민 이탈리아의 프라다 향수도 성공적 데뷔를 한 것으로 일단은 평가된다. 명품 브랜드들 간의 경쟁이 더욱 불을 뿜을 수밖에 없게 된 것도 분명해진 셈이다. 남성들의 구매 성향 변화도 주목을 받고 있어 상업적 브랜드들보다는 보수, 실용적이며 안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419호 11면)

  webmaster@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