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업계가 올여름들어 남성화장품 팔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랜 만의 경기회복 붐을 타고 남성들이 자신들의 얼굴에도 투자를 할 것이라는 믿음은 시세이도가 제일 강하다. 일본 최대의 국제적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는 지난 5월부터 14종류의 남성용 화장품을 전국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팔기 시작했다. 얼굴용 로션은 물론 액체 파운데이션까지 포함한 시세이도의 남성용 화장품들은 2100엔에서 7350엔까지의 가격에 팔린다. 시세이도의 남성용 화장품은 일본 축구의 간판 스타인 히데도시 나카다 선수를 내세운 광고로 활기차게 팔린다. “멋진 얼굴”을 만들어 준다는 시세이도의 남성용 화장품 광고는 3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그 이상까지의 연령대를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 백화점의 시세이도 남성용 화장품 부스에는 카운슬러가 고정 배치되어 믿음이 부족한 남성 고객들을 카운슬링하고 있다. 아리따운 여성 판매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듯한 이들 카운슬러는 어김없이 남성이다. “얼굴피부를 관리하며 좋아하는 남성들이 상당히 늘고 있다”는 단정한 차림의 한 남성 카운슬러는 “화장”이란 말 대신 “관리”라는 표현을 거듭 강조한다. 남성들의 화장품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갯츠비 브랜드로 부동의 남성용 화장품 분야 톱을 지키고 있는 오사카시 소재 만돔은 시세이도에 한발 뒤졌지만 8월들어서는 남성용 신제품 런칭에 들어간다. 수요 증가로 페이스 케어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 생활용품을 주제품으로 삼으며 고급 화장품 분야에 주력해 온 중견 화장품 회사인 고세의 접근은 그러나 조심스럽다. 고세는 7월부터 자회사를 내세워 399엔짜리 페이셜 클린저 등을 편의점에 내놓고 판매하면서 시장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으며, 후속제품을 기획 중이다. 한편 가네보는 아직 정신 차리기가 힘들다. 회사 정리와 구조 조정의 회오리에서 아직은 벗어날 겨를이 없기 때문. 올여름 남성용 신제품의 기획은 없다는 게 가네보의 공식 입장이다. 남성용 화장품은 일본에서 1980년대 중반 반짝 인기를 누렸다. 그래서 일본 화장품 업계는 아직 남성용 화장품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화장품은 여성들 것”이란 뿌리깊은 사회 통념 속에서 남성용 화장품 시장의 개화와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많은 화장품 회사 경영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1967년 시세이도는 MG5라는 일본 최초의 남성용 화장품을 런칭했고 80년대 중반 꽃을 피웠다. 이때의 ‘페이스 케어 붐’은 준비된 제품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일본의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약 1890억엔 규모로 추산된다. 후지-게이자이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1997년 이래 침체에 빠져왔다. 경제 전반의 침체기와 궤을 같이하는 이 현상은 그러나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요즘의 십대 소년들이 클린징 패드를 흔히 사는 것을 화장품 회사 임원들은 잘 알고 있다. 10대 소년들과 20대 청년의 45%는 스마트하게 보이기 위해 화장품을 쓰고 있고, 31%는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품을 쓰고 있다고 한 조사는 밝히고 있다. 이쯤 되면 상황판단은 간단할 것 같지만 사실은 좀 더 복잡한 사정이 끼어 든다. 화장품 업계 전문 칼럼니스트 후사코 미타무라 씨는 “오늘의 미혼 남성들이 용모에 전에 없는 관심을 쏟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결혼 후에는 딴판이다. 임자가 생겼기 때문에 외모에 관심을 더 이상 쏟지 않고, 젊은 남자는 나이가 들면서 화장품을 쓰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39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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