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파우치 속을 들여다보면 계절을 느낄 수 있다. 봄이면 핑크, 여름이면 블루, 가을이면 브라운, 겨울이면 레드.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던 시즌 컬러들. 하지만 올 가을 브라운으로 승부하는 수입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봄의 대표 컬러로 손꼽히는 핑크와 여름의 대표 컬러인 블루가 브라운 계열의 컬러를 밀어내고 있는 듯하다. 한편, 이번 F/W는 각 브랜드마다의 공통 컬러를 찾기 힘들지만 텍스처는 화려하면서도 그윽하고, 과다한 글로시보다는 은은한 느낌의 펄을 사용해 공통된 텍스를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같은 핑크와 블루 등 계절 섀도우가 있다 하더라도 올 가을에는 조금 더 부드러운 질감과 채도나 명도가 반 단계 톤 다운이 된 제품을 사용하여 편안한 계절감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지난 가을 ‘진스 드 블루"를 선보이며 컬러 트렌드를 이끌었던 샤넬의 흐름을 올해는 랑콤이 바통을 이었다. 랑콤은 ‘스위티 빈티지" 룩으로 짙은 퍼플, 강렬한 터키색, 소프트 그레이 등 독특한 컬러로 세련되고 매력적인 메이크업 룩으로 시선을 잡는다. 하지만 피부는 여전히 투명하고 촉촉하게, 입술은 아이 메이크업과 완벽한 대조를 이룰 수 있도록 붉은 베리 빛으로 꾸몄다. 맥은 60년대 여주인공에서 모티브르 딴 자신감 있지만 사랑스러운 여성의 이미지 ‘티즈미템트미"를 형상화했다. 인제뉴엔 블루와 핑크, 퍼플을 가미한 멀티풀 컬러를 제시하며 소프트한 핑크 퍼버트컬러와 밝은 바이올렛 등의 입술로 여성성을 더 가미했다. 슈에무라 역시 메탈릭한 느낌의 블루, 퍼플을 중심으로 로즈, 오렌지를 더했다. 또 엘리자베스아덴은 같은 라인의 컬러에 스모키 한 느낌을 더해 강렬하면서도 유혹적인 여인상인 ‘스파크스 플라이"를 보여준다. 블루와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한 핑크 바람도 만만찮다. 핑크는 페미니티를 상징하는 대표 컬러, 특히 올해는 레이디 룩의 유행으로 핑크가 더욱 대두됐다. 안나수이의 ‘쇼킹로즈"를 보면 대부분의 립컬러가 ‘핑크"다. 핑크 블로썸을 비롯해 코랄 핑크, 클래시컬 핑크, 써니 핑크, 쥬얼 핑크 등을 준비했다. 크리스찬디올은 ‘쥬얼 컬렉션"으로 핑크와 자수정을 그라데이션시켜 더욱 화사해졌다. 여기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핑크 다이아몬드, 핑크 사파이어 등의 립스틱을 가미해 핑크를 더욱 강조했다. 하지만 가을의 컬러인 브라운과 레드를 내세운 브랜드들도 적지 않다. 메이크업포에버는 ‘매그니티아이즈"로 브론즈와 뉴트럴 베이지를 섞어 브라운 계열의 컬러의 조화를 내세운다. 샤넬은 열정을 담은 가을을 위한 스타 프로덕트 ‘레브르 엥프레씨옹 드 샤넬"을 보여준다. 레브르 엥프레씨옹 드 샤넬은 핑크, 오렌지, 레드 중 레드를 가장 먼저 앞세웠다. 2004 F/W는 브라운 계통의 시즌컬러와 블루, 핑크 등 시즌리스 컬러들의 조화가 무엇보다 관건이다. 이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뷰티 업계도 더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다. 올 가을 만약 브라운 톤의 메이크업이 지루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이 들면 골드 펄로 눈가를 가미한다거나, 블루나 핑크같은 아이섀도로 트렌드를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날 듯하다. (398호 7면) - 김성애 기자 free006@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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