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 사장의 선언만으로 사업이 가능한 일인가. 다음은 영업사원 차례. 그들은 전문점주들에게 심한 문전 박대를 받는다. 이름도 모르는 제품을 취급 하기는커녕 쿠지 직원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새벽까지 청소해주고 셔터 내려주고 아침에 찾아가 문안드리고…. ‘죽어라’일한 영업 직원들은 이때를 회상하면 고통과 함께 성취감 같은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때의 ‘눈물젖은 빵’이 결국 오늘날 ‘웃음의 보약’이 된 것이다. 이렇게 눈물 나오게 다그치던 정 사장은 이제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대우’라는 훈장으로 돌려주고 있다.
정 사장은 얼마 전 등촌동에 새사옥을 마련했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렇게 크고 보니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앞섭니다. 직원과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늘 겸손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열을 올려 지난 일을 말해주던 정 사장도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차분해진다. 정 사장이 말끝마다 직원들 얘기를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래전 남대문의 대형 전문점을 운영해주며 뼈저리게 배운 것이 바로 직원 사랑이다. 당시 그 전문점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지만 주인은 그를 헌신짝 버리듯이 버린 것. 정 사장은 월급쟁이의 서러움과 배신을 한꺼번에 느꼈다.
최고 명품을 지향하는 의미로 만든 브랜드 쿠지. ‘화장품 때문에 사망한다면 2억을 보상해주겠다’며 국내에선 처음으로 배상보험에 들어 첫선을 보이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5년 내 매출 1천억을 이룰 것입니다. 기초를 탄탄히 하기 위해 지금은 매출을 이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밀어기는 않는다며 "밀어내기식으로 하면 매출이야 금세 1천억은 하죠. 그러나 몇 달 가겠습니까.”
지금 거래하는 1천5백여 전문점에 충실하고 직원에게 잘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더 나아가 고객만족이 최고 목표라고 한다. 고객 만족은 바로 최종 소비자에게 최고의 제품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동안 목숨을 걸고 영업했다는 정 사장. 목 좋은 곳을 찾는 데는 귀신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어렵던 그 시절이 가슴 속 불씨가 되어 지금은 사업의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330호 3면 기사)
- 엄정권 기자 tastoday@csmt.co.krwebmaster@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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