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경영난에 빠진 대리점들이 전문점까지 장악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메이커를 선호하고 있다. 대리점 시스템이 현실적인 수익창출이 어려운 만큼 전문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메이커를 찾고 있는 것이다. “메이커의 보호 없이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보니 전문점까지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가진 메이커를 선호할 수 밖에 없죠.” 서울 관악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K사장의 말이다. K사장은 공급가를 낮춰 ‘앞마진’을 높이거나 리베이트 혜택을 올려 ‘뒷마진’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통라인 전체를 관리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마진이나 뒷마진을 높이는 것은 초기에는 영업에 도움을 주지만 결국은 무용지물이라는 것. 대리점이 전문점에 복속되어 있는 현재의 구조상으로는 가격할인 때문에 갈수록 마진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5년째 대리점을 운영하는 동작구의 C사장은 “메이커에서 가격을 잡아주지 않고서는 아무리 마진율을 높여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C사장은 “사회가 어지러울 때는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듯 유통질서가 문란할 때는 가격까지 확실하게 잡아줄 수 있는 강력한 메이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사장의 말처럼 대리점에서 강한 메이커를 선호하는 건 역시 가격관리 때문. 가격이 지켜지지 않고서는 대리점이 살 수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에 위배되더라도 가격 안정화를 주창하는 것이다. 가격할인을 한다고 해서 제품을 빼는 건 분명 OP제에 위배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대리점과 메이커의 피해가 너무 큰 것이다. 한 때 메이커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전문점을 하고 있는 광진구의 한 점주는 “실제 전문점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메이커가 몇 개나 되겠냐”며 “메이커는 강한 힘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점주에 따르면 전문점과 대리점과 메이커가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황에서 아무리 대리점이 강한 메이커를 선호한다고 해도 그에 해당되는 메이커는 몇 개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최철용 기자 a4g@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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