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시공품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본품 판매를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한동안 잠잠하던 중형 시공품이 ‘여행용 샘플’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되고 있어 전문점에서 골치를 앓고 있다. 최근들어 각 메이커의 기초 세트에 중형 시공품이 들어가는 경우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소형 시공품에 비해 중형 시공품의 용량이 2배 이상으로 많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것. 하지만 전문점에서는 시공품의 용량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본품의 판매를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 서면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Y사장은 “여행용 샘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본품 판매의 감소가 확연하게 나타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Y사장은 POS 시스템으로 고정고객의 제품 구입 기간에 대한 통계를 내고 있다. 이 통계에 의하면 올 여름 비수기께부터 샘플의 용량이 점점 증가하면서 고객이 매장을 찾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에서 전문점을 경영하는 C사장도 “최근들어 고정고객의 매장 방문이 뜸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여행용 샘플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형 시공품이 본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전문점의 판매 형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시공품이 제품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본래의 기능만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시공품이 제조사의 취지와는 다르게 휴대용 화장품으로 인식되면서 브랜드보다는 용량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 실제 소비자가 전문점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 ‘XX브랜드의 샘플을 주세요’라는 말보다는 ‘샘플 더 많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시공품이 본품의 용량에 ‘+α’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얌체족’들은 각 전문점을 돌아다니며 샘플만 모아서 사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점주들은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점주 입장에서는 중형 시공품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공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전문점에서 중형 시공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소형 밖에 없다고 변명할 수도 없다. 신림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K사장은 “여행용 샘플은 제살을 갉아먹는 것인데 왜 계속 출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가뜩이나 미국 테러로 인해 매장 운영이 어려운데 샘플마저도 애를 먹인다”고 하소연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중형 시공품 출시에 앞서 시공품의 원래 기능부터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공품이 휴대용 핸드 크림 정도로 인식되는 현 상황에서는 중형 시공품이 아니라 대형 시공품도 충분히 출시될 수 있다는 것. 신제품의 테스트 기능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살아난다면 중형 시공품도 여행용으로만 활용될 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최철용 기자a4g@csmt.co.kr - 사진 엄호섭 기자 cameraman@c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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