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코스메틱 이원식 기자] K-뷰티 선두주자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아모레퍼시픽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치약 파동’으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관련업계 역시 국내 화장품산업을 대표하는 회사에 미친 이번 사태의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연결 기준 매출은 5조6612억원이었고 이 중 치약 매출은 약 500억∼600억원으로 전체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같은 주력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탄탄하기 때문에 당장 아모레퍼시픽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이번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할 경우 장기적으론 화장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메디안 치약을 구입해 사용한 소비자 14명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회사 대표이사, 원료 공급사,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담당 공무원을 약사법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 하는 등 분위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식약처 전수조사에서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의 제품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최근까지 소비자로부터 의심을 받았던 입장이어서 이번 결과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국내 화장품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 국내 화장품 이미지가 상승하는 와중에 아모레퍼시픽이 흔들릴 경우 K-뷰티산업의 전반적인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지닌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견이다.

CMIT·MIT 치약, 정말 문제 없을까

식약처는 치약에 포함된 CMIT·MIT 함량이 미량인 데다 양치한 후 입안을 물로 헹궈내는 치약의 특성상 유해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치약 보존제로 CMIT·MIT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유럽연합(EU)은 해당 성분을 최대 15ppm까지 허용하고 있다. 유럽 소비자과학안전위원회(SCCS)는 치약에 해당 물질이 15ppm으로 유럽 기준의 한계치까지 포함됐다 하더라도 인체에는 안전하다고 2009년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내에서 회수 조치가 내려진 치약 11개 제품에는 CMIT·MIT가 0.0022~0.0044ppm 함유됐다. 하지만 소비자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정부당국인 식약처가 유해성이 없다고 해놓고, 제품을 회수한 점에 있다. 문제가 있으니 회수조치를 내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미국·유럽 등에서는 치약 보존제로 CMIT·MIT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3종류(벤조산나트륨·파라옥시벤조산메틸·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만 치약 보존제로 허용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아모레퍼시픽이 신고한 것과는 다르게 CMIT·MIT가 함유된 소듐라우릴설페이트를 공급받아 치약을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번 회수·환불 사태가 아모레퍼시픽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치약 품목은 전체 비중의 1% 미만으로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신뢰도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큰 위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향후 주가 전망에서도 ‘치약 파동’보다는 메르스 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4분기에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면세점 성장률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원식 기자  wslee6@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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