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이 다시 바빠지고 있다. 지난 여름 비수기 때 힘을 비축한 도매상들이 성수기를 맞아 다시 어깨를 펴고 있는 것이다. 전문점들의 대리점 결제가 오는 5일께로 끝나면서 그일 이후부터는 도매상이 판매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메이커에서도 도매상으로 제품 유입이 되지 않도록 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메이커에서 도매상으로 제품이 유입되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묵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메이커에서 자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도매상으로 제품이 공급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메이커에서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비표’. 제품마다 고유 번호를 찍어 이를 통해 유통라인을 역추적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도매상에서는 비표를 일일이 제거해 거래처를 보호하기 때문에 메이커에서는 비표만으로는 유통망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의혹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메이커에서 의지만 있다면 비표만 가지고도 충분히 제품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광진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는 K사장은 “메이커에서 마음만 먹으며 얼마든지 제품 공급을 막을 수 있다”며 “제품 공급 출처를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마포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는 또다른 K사장도 “도매상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틈을 채워주는 필요악”라고 자평한 뒤 “메이커는 겉으로는 도매상 때문에 가격이 무너진다고 불평을 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이런 확신을 하고 있는 것은 비표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제품 용기나 케이스에 비표를 찍을 경우 화학 약품과 칼로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안쪽에 표기할 경우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우더의 경우 바깥 쪽에 표기를 하면 제거가 가능하지만 파우더통 안쪽에 비표를 찍으면 제품을 버리지 않는 한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에 따르면 메이커에서 대리점의 매출만으로는 실적을 올릴 수가 없어 도매상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리점과 영업사원이 도매상과 거래할 수 있도록 방치해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또 도매상으로 제품이 유입되면서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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