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상권의 화장품 지도가 다시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 명동이 종합전문점 대 저가 브랜드숍 간의 힘겨루기로 짜여졌다면 지금은 기존 브랜드숍과 신생 브랜드숍간의 치열한 영역다툼 구도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히 명동 전체가 거대한 화장품 브랜드숍의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명동 상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저가 브랜드숍의 돌풍을 일으켰던 미샤와 더페이스샵에 도전장을 내민 신규 브랜드매장의 등장이 가장 두드러진 대목이다. 반면 명동 화장품 시장의 대표주자였던 종합화장품 전문점은 이들 브랜드숍의 영향으로 급격한 쇠락의 길을 맞고 있다.

◇브랜드숍 경연장 된 중앙로=평일 30~40만명, 주말 70만명의 유동인구가 말해 주듯 명동지역은 오래전부터 화장품, 의류, 구두, 종합 패션몰, 액세서리, 미용실 등의 소비형 업종이 발달해 있고 최근들어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패밀리레스토랑 등 외식업종과 대형 체인형 헬스클럽 등이 10~20대 젊은 층의 눈높이에 맞춘 업종들로 채워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명동은 한류열풍에 힘입어 일본, 대만에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화 됐고 여기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 영플라자, 밀리오레, 유투존, 아바타몰 등 명동을 중심으로 대형백화점과 패션몰들이 포진돼, 국내 대표적인 쇼핑명소로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명동은 유행에 민감하고 입소문도 빨라, 브랜드숍의 붐조성의 근원지로 손색없다.

현재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꼽는 명동상권의 주요핵심지역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유투존으로 이어지는 중앙로과 사보이호텔에서 구 유네스코회관으로 연결되는 명동1번가, 그리고 아바타몰(구 코스모스백화점)로 시작되는 명동입구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소위 ‘길목’으로 통하는 1급지로, 명동지역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중앙로에는 입점된 브랜드숍만 숍인숍을 포함해 9개, 여기에 이미지쇼룸의 역할을 하는 태평양의 디아모레스타까지 합하면 총 10개 매장이 포진돼 있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토다코사, 미니몰, 탤런트, 코스메틱넷, 도도클럽, 마루코스메틱 등 6개 매장이 몰려있는 명동 1번가가 명동상권의 화장품 대표상권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중앙로 일대에 자리를 내준 셈이다.

이는 명동지역 브랜드숍이 판매실적과 더불어 가맹사업에 성패를 좌우하는 안테나숍 역할이 크다는 이유 때문에 업체들이 1번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로와 매장평수가 넓은 중앙로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 따라 본사 일희일비=명동에 입점된 브랜드숍 수에서 소폭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까지 20개의 브랜드숍(저가, 수입 포함)가 있었지만 지금은 19개로 수적인 면에서 감소했다.

하지만 마루코스메틱, 바디숍, 캔디숍, 2000컬러스, 라팔레트, 까르방 등이 경쟁에서 밀리며 폐점한 반면 뷰티크레딧,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바닐라코, 스위스퓨어, 휴영 등이 새롭게 가세했다.

또한 매장위치로 명동 1번가와 3번가 등 외곽에서 중앙로로 대거 이동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 매장들이 중앙로를 중심으로 집중되다 보니, 브랜드숍의 포화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그만큼 업체간의 판매실적에 따른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이로 인해 브랜드숍간의 치열한 판촉경쟁이 가열되면서 매장별로 도우미를 앞세운 상시 판촉행사를 실시하거나, 신규 브랜드숍 진입과 매출실적에 따라 영업전략을 수정하는 등 본사들의 각축전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브랜드별 매장수를 살펴보면 브랜드숍의 선발주자인 미샤는 한때 5호점까지 운영했지만 브랜드 집중을 위해 명동 입구에 미샤 명동 1호점, 동쪽 패션거리의 3호점, 지난 상반기 GS왓슨스내 미샤 숍인숍 등 3개점을 운영중이며 지난달 중앙로점과 밀레오레 지하점을 철수시켰다.

더페이스샵은 명동로 유네스코회관 앞 1호점과 중앙로 2호점 등 2개의 가맹점을 운영중이며 소망화장품의 뷰티크레딧은 미니몰에 숍인숍 한 곳과 지난해 여름 중앙로점을 오픈했다. 또 중앙로점과 명동입구에 2곳의 매장을 운영하던 휴영은 최근 중앙로점을 빼고 여기에 팬시컨셉의 에뛰드하우스를 입점시킨 상태.

이밖에도 스킨푸드와 최근 문을 연 바닐라코, 코스메틱넷에서 모습을 바꾼 스위스퓨어 2곳이 단독숍으로 운영 중이고 여기에 도도클럽과, 아바타몰 4층에 위치한 2000컬러스가 브랜드숍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종합·수입은 퇴조 현상…왓슨도 고전=반면 명동상권에 화장품 전문점의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20여 개에 달하는 화장품 전문점이 지금은 토다코사, 미니몰, 명동의류, 화장품랜드21 등 대형매장과 칼라, 탤런트, G코스메틱 등 총 7곳에 불과하다. 얼마전까지 운영됐던 열린화장품도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최근 페점했다.

중구의 한 대리점 사장은 “불과 1년 전만해도 살롬화장품, 향수와화장품, 뷰티클럽 등 10여 개의 전문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7개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나마 토다코사, 미니몰 등 대형체인형 매장을 제외하면 일반 전문점은 고작 3곳에 불과하다”고 전문점 축소를 설명했다.

매장수 못지 않게 매출액에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매장의 경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0% 이상의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일부에선 전문점 경영난을 호소하며 경품이벤트를 실시하거나 저렴한 가격대의 패키지 화장품세트를 선보여 고객이탈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고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사와 여행가이드북을 통한 홍보활동으로 매출하락폭을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매장 관계자는 “단순히 브랜드숍과 경기탓으로 돌리기엔 고객감소와 매출액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점유했던 외국 관광객수도 떨어지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바디샵을 필두로 한 수입브랜드 매장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명동지역이 저가중심의 브랜드숍으로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입브랜드의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바디샵은 토다코사 앞에 위치한 바디샵 2호점을 철수했고 지난해 선보인 수입색조브랜드숍인 레드얼스와 아바타몰에 입점한 로레알 메이블린매장도 조용히 발을 뺀 상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헬스&뷰티 전문점으로 주목을 받았던 GS왓슨스는 대외적인 관심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약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왓슨스가 편의점과 팬시점, 악세사리, 화장품 등을 한자리에 구매할 수 있다는 원스톱 쇼핑을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스토어 문화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엔 아직까지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 toyoujin@csmt.co.kr

김유진 기자  toyoujin@genie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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