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의 1만5000배나 초과된 중국산 수은화장품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수입 치아미백제에는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과산화수소가 들어있어, 미백제품의 안전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소비자원(www.kca.go.kr)은 온ㆍ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 미백화장품 21개 제품을 시험검사한 결과, 서울 남대문과 부산 국제시장 수입상점에서 판매 중인 3개 제품에서 허용기준치(1ppm 이하)를 적게는 120배에서 많게는 15,000배나 초과하는 수은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남대문·국제시장서 판매=소비자원이 이번에 발표한 고농도 수은검출 화장품은 '비손 뉴트리션 크림(VISON Nutrition Cream)', '거반고(Qu ban gao)', '멜라닌 트리트먼트(MELRANIN Treatment)'등 3개 제품이다.

이중 중국에서 제조된 비손 크림의 경우, 허용기준치(1ppm)를 무려 1만5000배 이상 초과한 15,698ppm의 수은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반고는 제품별로 120~5212ppm이, 제조국 알수 없는 멜라닌 트리트먼트 크림은 574ppm의 수은이 나왔다.

▲ 수은 검출된 미백화장품

수은은 멜라닌 색소 생성을 차단하는 화학적 특성 때문에 과거 미백화장품에 사용되기도 했지만 신경독성이 강해 현재는 화장품 금지원료로 규정돼 있다.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의 박지민 차장은 "다량의 수은성분이 검출된 3개 제품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남대문시장 수입상가와 부산 국제시장 등에서 구매한 제품"이라고 밝한 뒤 "이들 제품의 유통경로와 판매량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과산화수소 초과 치아미백제 유통=또 과산화수소 기준치를 초과한 치아미백제 제품에 대한 분석결과와 이날 무단으로 기능성 또는 미백효과를 광고물에 표기한 수입 화장품도 함께 발표했다.

소비자원은 시중에서 유통 중인 겔타입 치아미백제 10개 제품 분석결과, 수입산 2개 제품(화이트닝 펜-중국, Listerine Whitening Pen-미국)에서 과산화수소 허용기준(의약외품 3%이하)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과산화 수소 농도가 각각 10.3%와 4.4%로 국내 치아미백제 기준(의약외품)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발표된 과산화수소 함량 3% 초과 치아미백제는 해외구매대행을 통해 국내 오픈마켓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 과산화수소 함량 3% 초과한 치아미백제

과산화수소는 주로 식품 및 약제의 표백ㆍ소독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표백이 가능한 화학적 특성 때문에 치아미백제의 주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원 측은 "치아미백제 사용 중 과산화수소 용액을 섭취하게 되면 위장 자극이 발생하며 함량이 10%를 초과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치아미백제는 사용 방법ㆍ빈도ㆍ기간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제품이므로 한글표시가 없는 해외제품을 사용하면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또 "EU와 미국의 경우, 18세 만의 어린아와 청소년의 치아미백제 사용을 금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권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판매중인 치아미백제품은 사용연령 제한 기준이 제각기 달라 제도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엿다.

◇또 드러난 안전성 관리 문제=소비자원은 이와함께 온라인에서 유통중인 수입미백화장품의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미백 화장품은 화장품법 상 '기능성화장품'이라는 문구를 1차 또는 2차 포장에 표시해야 하고 안전성·유효성 심사 범위를 벗어나거나 심사결과와 다른 내용의 표시ㆍ광고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입 미백화장품의 상당수가 기능성 인증없이 무단으로 미백기능성을 표기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원 측의 지적이다.

조사대상 18개 제품 중 13개가 기능성화장품 표시가 없음에도 판매사이트에는 기능성 또는 미백효과를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기능성화장품 표시가 없는 제품의 인터넷광고 사례

이에 따라 수입 화장품 안전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관리감독기관인 식약청이 화장품 안전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합금지 원료인 수은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화장품 안전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기능성 BB크림 배합한도 초과와 중국산 화장품 위변조 파문이 채 가시지 않은 새해벽두부터 수은화장품까지 연이어 터지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측은 일이 터진후 안전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사후 약방문 격으로 대처해 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이번 수입 미백제품의 안전성 문제가 드러나자, 식약청에 △수입 미백화장품의 안전 관리 및 온라인 유통 제품의 표시광고 단속 강화 △치아미백제 안전관리 강화와 사용연령 제한 근거규정 마련 등 건의할 예정이다.

김유진 기자  toyoujin@geniepark.co.kr

<저작권자 © 제니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