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점들의 가격 정화 노력과 메이커의 정책으로 어느 정도 잡혀가던 화장품 가격이 6, 7, 8월 비수기로 인해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 협의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가격 조절을 하던 상권의 경우에도 이번 비수기를 맞아 가격 할인 경쟁이 또다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할인 경쟁은 전문점의 제살깍아먹기로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사항. 매장별 지나친 가격 차이가 소비자들의 가격 불신 원인이 되고, 마진폭이 축소돼 경영난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점과 메이커를 함께 죽이는 이런 가격 할인 경쟁이 비수기철을 맞아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건대 상권의 경우 지역 협의회를 통해 가격 안정화를 추진해온 모범 상권. 하지만 이번 비수기 기간 동안 가격 경쟁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상권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J사장은 “그동안 인근 전문점끼리 서로 신뢰하며 매장을 운영했는데 비수기에 접어들자 일부 매장이 무리하게 가격 할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J사장은 “타 매장에서 가격 할인을 시작하며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며 “서로를 죽이는 가격 할인 경쟁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상도동의 경우에도 상반기까지 할인폭이 커지 않았으나 비수기철에 접어들면서 다시 할인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도동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L사장은 “지난 6월 중순경에 A전문점에서 가격 할인을 시작하자 인근 매장에서 너도나도 가격을 내리고 있다”며 “나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가격 할인이 결국은 모두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격 할인을 시작한 매장에서도 항변의 목소리를 높인다. 상도동 A사장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손님이 워낙 없어 매장 문을 닫게 생겼는데, 가격 할인을 해서라도 살아 남아야 될 것 아니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매장 운영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가격 할인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나친 가격 경쟁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격 경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지나치다 보면 결국은 공멸한다는 것. “단순히 가격만 가지고 경쟁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불신을 안겨 결국은 고객 이탈로 이어진다”며 “차별화된 서비스와 카운슬링으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면목동이나 사당동 상권의 경우 재고 정리로 회전률을 높이고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비수기를 극복하며 가격 경쟁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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